미국 정부가 내년부터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가전제품에 대해 우수 에너지 효율 인증인 ‘에너지스타 마크’를 정부가 지정한 시험기관에서 받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생산업체 자율 기준에 의거해 ‘에너지스타 마크’를 부착해왔던 국내 가전업체로서는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미국에서 TV·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주요 가전 품목에서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높다. 지난해 대미 가전 수출액은 143억달러에 이른다.
우리 정부가 다른 수출국과 공조해 미국 정부의 시행시기를 다소간 늦출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이것만 기다리고 있을 순 없는 상황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가전 구입시 에너지 효율을 중요한 선택기준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가 연내 잘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판매 감소까지 우려된다. 더구나 에너지 효율은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 모두에 앞으로는 필수 기능이 될 수 밖에 없다. 각국 정부의 관련 규제도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가전업체들은 아직 미국 정부가 공개하진 않았지만, 곧 지정될 지정 시험기관에 대한 정보와 시험 기준을 되도록 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미국 정부와 시험기관이 요구하는 기준을 상회하는 기술을 국내외 생산 전 과정에 적용해 한단계 높은 에너지 효율 우수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전제품에 예외없이 적용되는 만큼,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경쟁국에 비해, 한발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더욱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확보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우리 가전의 입지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막연하게 피해를 우려하기 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선제적 대응이 우리 가전업체에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