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드컵 개막전 `해적방송`…무단 녹화 중계

월드컵 중계권 계약을 맺지 않은 북한이 월드컵 경기를 무단으로 중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은 12일 저녁 조선중앙TV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전을 무단으로 중계했다. 국제 저작권 질서를 무시한 `해적방송`을 한 것.

조선중앙TV는 이날 밤 9시 10분부터 전날 열린 남아공과 멕시코 간 개막전을 1시간20분간 녹화로 중계 방송했다.

조선중앙TV는 해적방송을 의식한 듯 교묘하게 화면을 조작하기도 했다.

중계방송 출처를 알 수 없도록 원방송국 마이크를 화면에서 지우고, 위 아래 화면을 잘라 내보냈다. 방송 해설자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현지 음향을 거의 소거하고 북한 아나운서와 해설자 목소리만 들리도록 했다.

남북한을 망라한 한반도 지역 전체 중계권을 단독 보유한 SBS는 "SBS가 한반도 총괄 중계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협상이 중단됐기 때문에 북한의 중계는 무단 사용"이라며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화면을 확보했는지 경위를 파악한 뒤 대응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와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는 월드컵 중계권 제공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천안함 사건 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협상이 중단됐다.

북한은 2002년 월드컵 때도 무단 중계를 감행해 `도둑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매일경제 윤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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