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최근 한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전자 업체들이 자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산업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요미우리신문은 근래 한국 기업들이 전세계 평판TV·반도체·자동차 시장에서 눈에 띄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 기업들이 공세를 펼칠 수 있는 비결을 인력·연구개발(R&D)·생산 등 핵심 자원의 내재화와 수출 전략의 성공으로 요약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를 들었다. 삼성전자의 수원 사업장을 세계 1등 제품인 LCD TV와 플래시 메모리, 2위 제품인 휴대폰을 탄생시키는 매머드급 전략 거점으로 평가했다. "수원 사업장은 도쿄 돔의 37배 규모로 종업원 2만5000명이 근무한다. 인력 양성도 돋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의 휴대폰학과를 지원하면서 한층 더 숙련된 직원들을 길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년 전부터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자사 직원들을 파견해 온 것이 현지화 전략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은 독보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이보다 훨씬 낮은 비중이다. 소니의 경우 전체 매출의 70%, 파나소닉은 50%에 불과하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높은 배경은 내수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오래전부터 수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해외 시장 현지화 전략에서 앞서갈 수밖에 없었던 비결이다.
이밖에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당시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내수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 간 경쟁이 심하지 않다는 게 단적인 예다. 또한 유효 법인세 비율도 한국은 24.2%인 반면, 일본은 40.69%로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잠재적 약점도 꼬집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일 수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었던 원화 약세다. 최근 들어 갈수록 강해지는 중국·대만 간 양안 협력 관계도 한국 기업에는 위협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일본 기업들이 최근 한국과 중국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하이엔드 제품 위주의 시장 전략이다. 일본 경제무역산업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기준 월 소득 5000~3만5000달러의 중산층 인구수는 11개국 8억8000만명으로, 지난 1990년에 비해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들 중간 계층 시장을 한국과 중국 업체들에 빼앗겼다는 판단 아래 최근 일본 기업들은 유사한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소니가 TV 시장에서 해외 아웃소싱을 강화하는 것이나, 파나소닉이 중국에서 물 절약 세탁기를 선보이며 신흥 시장에서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에 나서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또한 앞선 기술력을 활용, 고효율 에너지 제품 시장을 선점하는 노력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