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UCI보급, 정부 의지에 달렸다

  “콘텐츠와 단말기 사이의 우위에 대한 논쟁은 이제 끝났다. 콘텐츠는 그저 왕이 아니라 모든 전자기기의 황제(the emperor of all things electronic)다.”

 미디어 황제 루퍼드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 회장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콘텐츠가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 산업에서 콘텐츠 산업이 어떠한 지위를 차지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이미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양질의 콘텐츠를 향유하도록 하고(이용자 측면)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자가 모두 행복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생산자 측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첫째, 국가는 공공재의 경우 생산, 유통, 분배 모두에 관계하여 균형을 조율해야 하는 책무를 진다. 둘째, 기간산업과 같이 한 나라의 경제 기초를 이루는 산업의 경우에 있어 국가는 전적으로 내수경제의 기초가 해외에 의존되지 않도록 기반조성을 이끌어낼 책무를 진다. 셋째, 국가는 산업에 있어 정보의 편중 등으로 인하여 균형적인 성장이 저해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 정보를 제공할 책무를 진다. 넷째, 국가는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지도, 행정강제 등을 통해 적법한 자가 불법한 자의 행위에 대해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할 책무를 진다. 위와 같은 네 가지 책무는 콘텐츠 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5월 19일 통과되어 6월 10일 공포된 콘텐츠산업진흥법은 제4장 ‘콘텐츠의 유통 합리화’라는 장명 아래 제20조 내지 제24조, 총 5개 규정을 할당하여 콘텐츠 유통질서의 내용을 편성했다. 콘텐츠 유통질서로 규정되어 있는 ①콘텐츠거래사실인증 ②콘텐츠서비스품질인증 ③콘텐츠식별체계의 확립 및 보급 ④공정한 유통질서환경조성 ⑤표준계약서 보급 규정이 그것이다. 동 규정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진흥법의 성격을 지나치게 인식한 결과 각 규정은 선언적인 문구에 지나지 않고 연계도 되지 않는다. 또 홍보가 전혀 없는 비통합적 전략추진으로 대체 어떻게 콘텐츠 유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 왜냐하면 실제 동 규정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따라오려는 콘텐츠 유통업자와 제작자, 이용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유통질서의 가장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콘텐츠식별체계에 대해 일반인들은 이해도가 매우 떨어질 뿐 아니라 정책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가는 이에 대해 부단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가는 이미 UCI(Universal Content Identifier)라는 빼어난 국가콘텐츠식별체계를 마련해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급, 확산하는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점, UCI 정책과 관련해 이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일단 UCI가 국가콘텐츠식별체계의 명칭이 붙어있는 만큼 국가의 콘텐츠에는 모두 UCI가 부착돼야 한다는 보급, 확산에 대한 국가기관간의 협약이 요구된다. 물론 UCI의 우수성을 부단히 연구, 노력해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민간 부문에 있어서는 각 단체 또는 법인이 사용하는 콘텐츠 식별체계를 등록하도록 해 이 때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식별체계로서 최소한의 효능이 없는 경우에는 행정지도를 통해 UCI 수준으로 당해 민간 식별체계를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국가는 콘텐츠 산업진흥법의 시행을 계기로 다시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콘텐츠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냉철한 판단과 실행의지를 가다듬어야 한다.

 박귀련 한국지적재산권법제연구원(KIPLI) 연구팀장 guiry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