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휴대폰이 처음 등장한 1988년으로부터 22년이 지난 올해 말 이동통신 단말기 보급률이 인구대비 100%를 넘어 설 것으로 예측된다. 모든 국민이 휴대단말기를 갖게 될 것인데 실제로는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단말기를 동시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 이동전화는 산업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더불어 수출과 정보통신 선진국으로서의 위상 제고, 국민 생활 편익 및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지난해 휴대폰을 포함한 IT 관련 수출 호조로 우리나라 IT부문 무역수지가 577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금융위기 극복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필요한 네트워크 설비를 직접 구축하고 모든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했다. 그러나 통신서비스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부문에 스며들게 되면서 소비자의 개별적이며 다양한 요구에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동시에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혁신적인 변화가 어려웠다.
휴대폰 보급이 포화 상태에 이른 지금 시장은 개방화, 국제화, 그리고 멀티미디어화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유선통신 및 방송 미디어까지 포괄하는 퍼스널 플랫폼과 금융 및 전자 상거래로 M커머스 및 M파이낸스도 가능해졌다.
이처럼 이동통신 서비스는 우리 생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지만 여전히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요금이 비싸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요금부과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하기라도 하면 한 달에 수십~수백만원의 요금이 나올 수도 있다. 통신서비스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용자는 더욱 저렴한 통신서비스가 제공되기를 요구하게 된다.
앞으로도 이동통신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나 포화 상태에 이른 이동통신 시장을 더욱 발전시키고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를 통해 현재 공급자 위주인 시장을 이용자 위주로 변화시켜 통신요금을 인하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새롭게 등장할 이동통신사업자는 자가망을 설치하거나 또는 기존 이통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등 두 종류가 될 것이다. 자가망을 설치할 신규 사업자는 기존 이통사업자와 치열할 경쟁을 통해 통신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MVNO는 기존사업자의 망을 빌려 쓰는 대신 특화된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될 전망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1990년대 말부터 많은 MVNO들이 경쟁하고 있다. MVNO의 경쟁력은 이용자의 요구사항에 특화된 서비스를 어떻게 저렴하게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 해 들어서야 MVNO 제도가 마련돼 중견 통신사업자나 케이블TV, 금융계, 유통업계 등이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MVNO 도입의 직접적인 이득은 이용자 요금의 인하이지만 동시에 모바일 콘텐츠 산업이나 IT와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의 활성화에도 큰 기여할 것이다. 외국에서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이용자인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사업자에게도 득이 되는 제도가 만들어 지고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안치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 ahnc@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