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NO 출현, 통신시장 격변 `촉매` 될까

이르면 내달께 이동통신 재판매사업자(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가 출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국내 중소업체들과 공생의 생태계를 창출하겠다며 전향적으로 선보인 ‘MVNO 에코시스템’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및 음성 MVNO 사업자들의 진출이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MVNO는 SK텔레콤과 KT, LG텔레콤 등 주요 이동통신망사업자(MNO)의 망을 빌려 각자의 비즈니스 모델에 맞춰 특화된 영역의 음성 혹은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사업자들을 지칭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VNO가 정체된 국내 통신시장의 활성화를 촉진, 소비자 후생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고 올해초 입법 과정을 거쳐 MVNO 시장 조성에 나선 상황이다.

KT에 따르면 무선게임 콘텐츠 사업자인 엔타즈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음성통신 서비스를 꾀하는 프리텔레콤이 우선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르면 내달 이후부터 상용화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MVNO 성공 여부가 이들과 일정 부분 경쟁 관계일 수밖에 없는 기존 사업자(MNO)들이 망이용대가를 얼마만큼 MVNO에 유리하게 산정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방통위를 위시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KT의 선도적인 MVNO 포용 정책에 대해 일단 시장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KT는 지난해 선보였던 1MB당 5~500원의 데이터 도매 단가를 5~250원으로 낮추면서 MVNO에 대한 매력도를 높였다. KT 개인고객전략본부의 양현미 전무는 지난 17일 사업설명회에서 “대규모 MNO사업자는 개별 고객들의 수요를 미처 다 채우지 못하며 외국인, 특정 유통방식, 특정 요금상품 등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며 “이런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MVNO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데이터 MVNO 업체 등이 KT에 거는 기대치는 높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KT와 협의를 해왔는데, 초기비용 부담 수준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괜찮다”며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가 결국 변수이겠으나 일단 업체들의 반응은 좋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KT의 망이용대가 수준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오히려 제4이동통신사 출현을 막고, 자사의 망인프라를 활용해 영향력을 넓히려는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MVNO 준비 업체 관계자는 “KT가 제공하는 망이용대가 수준은 여전히 기대 이하로, 별도의 단말기와 유통망을 보유하는 MVNO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대리점 수준의 MVNO를 거느려 자사망 활용도를 높이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KT에 비해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다소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SKT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MNO 입장에선 MVNO 진출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KT 또한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MVNO 사업이 활성화되기까지에는 시장을 안착시키기 위한 업체들과 정부의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와이브로에 기반한 제4이동통신사를 지향하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설립 움직임은 MVNO 활성화를 가로막는 또다른 변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MI가 제4이통사로 부각되면 결국 MVNO는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실패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안을 통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만을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했으나 실제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부 이견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MVNO 도입을 위한 제반 법제도가 확정되기까지에는 앞으로도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