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사들 "글로벌 IT거버넌스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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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뱅크’ 도약을 꿈꾸는 국내 은행권이 글로벌 정보기술 관리체계(IT 거버넌스) 재편에 나섰다.

 국내 은행사들은 중앙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해외 금융환경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는 쪽으로 글로벌 IT거버넌스를 바꾸고 있다. 해외 점포용 IT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관리체계 필요성이 대두한 데 따른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은 포화된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은 32개국에서 129개 해외점포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은행마다 단일화된 중장기 정책을 만들지 않고 필요에 따라 고객관계관리(CRM), 인터넷뱅킹, 경영정보 등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하거나 거래량 증가에 따른 시스템 증설을 반복하면서 운영관리 및 비효율성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은행권은 이에따라 해외 IT인프라 운영을 효율화하고 해외 비즈니스 지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글로벌 IT거버넌스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은행(은행장 이종휘)은 최근 IT지원부에 글로벌IT파트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 영입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20여개에 이르는 해외 점포에 대한 새로운 IT시스템 관리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 안으로 내부 검토작업과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해 해외 IT시스템을 단일 환경으로 통합하거나 분산형 관리 형태로 구성할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행장 강정원)은 올초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카자흐스탄 현지 은행 뱅크센터크레디트(BCC)의 엔터프라이즈데이터웨어하우징(EDW)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예 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 KB데이타시스템도 현지 지점을 설립하도록 했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그룹 IT서비스업체가 현지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하여 국내 본사 정보시스템과의 유기적인 결합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신한은행(은행장 이백순)도 최근 IT그룹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해외 IT인프라 정비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 글로벌시스템 ‘아이테르’를 구축하고 올초 중국 현지법인에 적용했다. 기존 글로벌시스템 ‘오아시스’를 개선한 아이테르는 국제회계기준(IFRS) 등 표준업무시스템을 충족하면서 현지 금융감독 당국의 요구사항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신한은행은 이를 통해 해외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높여 대외 경쟁력을 확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현풍 우리은행 IT지원부장은 “해외 IT인프라가 뚜렷한 중장기 계획없이 점포를 신설하면서 단순 시스템을 추가하는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글로벌 통합 연계가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며 “이번 은행권 IT거버넌스 재편작업은 글로벌 시대에 대비한 통합 시스템 구축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향후 은행권 글로벌 IT 정책 운용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