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중국 전체 온라인 게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현지 게임업체의 부상, 경쟁 격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텐센트와 샨다, 넷이즈 등 빅3를 비롯한 중국 게임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보호 하에 고속 성장하면서 최근에는 국내 중소 개발사에 대한 투자에 나서는 등 글로벌화를 도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와 달리 게임을 규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우리 정부의 시각 차이가 이러한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中정부 게임규제 갈수록 강화=최근 중국 문화부는 온라인게임 관리와 규범에 관한 ’온라인게임 관리 잠정 시행 방법’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서 중국 정부는 우선 외산 온라인 게임에 대해 심사 이후에만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것을 명문화했고 온라인 게임의 사이버머니 발행 및 거래 역시 허가증을 취득한 이후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미성년자 보호조치와 실명제도 도입하도록 했다.
국내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아직 중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국내 게임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 중에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게임, 특히 외산 게임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게임 보호를 위한 규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외산 게임의 시장 규모가 확대되자 중국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자국 게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05년에는 게임 엔진을 개발해 민족 게임 100개를 만든다는 ’기술 독립을 위한 횃불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신문출판총서는 2004∼2008년 10억∼20억 위안을 투자해 중국업체가 온라인 게임을 자체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국 민족 온라인 게임의 중점출판공정’을 전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의 중국 시장 진출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아직 온라인 게임이란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중국에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이 진출하면서 본격화된 국내 게임업체의 중국 시장 공략은 2005년까지 중국 온라인 게임의 60% 이상을 국내업체가 차지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규제와 정책이 시행되면서 2008년 말에는 중국 서비스 게임 중 중국업체의 자체 개발 게임이 57.3%에 달한 반면 한국 게임은 27.2%에 불과해 중국 온라인 게임이 빠르게 한국산을 대체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판권)를 받은 외산 게임은 15종에 불과했고 이중 한국산은 5종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산 게임의 중국 공략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2008년 텐센트를 퍼블리셔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가 최고 동시접속자수 220만명이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크로스파이어’도 큰 인기를 얻는 등 과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이던 중국 진출이 1인칭슈팅(FPS)과 액션 장르로 다양화되면서 한국산 게임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中자본은 국내 개발사 투자 확대=국내업체의 중국 진출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반면 중국 게임업체들은 상장 이후 넘치는 자본으로 한국 개발사에 대한 투자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완미세계’를 성공시킨 완미시공이 나스닥에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정도온라인’의 거인네트워크가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했고 ’검협정연’을 만든 킹소프트도 홍콩 증시에 상장되는 등 중국업체들의 해외 증시 상장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게임업체들은 상장으로 모은 자본을 바탕으로 활발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 중소 게임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는 벤처캐피탈인 캡스톤파트너스와 함께 스튜디오혼, 리로디드스튜디오, 넥스트플레이, 탑픽 등 국내 7개 게임사에 총 184억원을 투자했다.
샨다 역시 지난 2005년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했고, 더나인은 ’오디션’을 만든 티쓰리 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인 지텐 엔터테인먼트에 약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완미시공은 일본 퍼블리셔인 C&C 미디어를 인수한 뒤 최근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소규모 업체들도 MMORPG의 한국 내 퍼블리셔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중국 게임도 수십여종에 이른다.
CJ인터넷은 이미 ’완미세계’와 ’주선온라인’, ’심선’, ’미스터 CEO’와 ’칠용전설’ 등 중국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무림제국’과 ’배틀히어로’(하반기 예정)를, 넥슨이 ’열혈삼국’을, NHN한게임이 ’로스트’를, 네오위즈가 ’명장삼국’을 퍼블리싱하는 등 소위 국내 빅5 업체도 중국산 게임을 수입 서비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중국에서 개발된 MMORPG나 웹게임의 경우 퍼블리싱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컨텐츠 양은 풍부해 서비스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이 삼국지 등 실제 역사에 기반한 무협 장르여서 국내 유저들이 위화감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 자본의 유치와 중국 게임의 국내 진출이 계속될 경우, 국내의 게임 개발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다년간의 서비스 노하우를 보유한 중국 개발사들이 값싼 비용을 무기로 계속 컨텐츠를 국내시장에 공급할 경우, 국내 개발사들의 창작 환경이 저해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업계의 자본이나 콘텐츠는 계속 몰려오는데 반해 우리 게임의 중국 진출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이미 중국 게임업계는 한국산 게임의 대등한 경쟁상대가 된 것을 인정하고 우리 게임의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업계 “정책지원이 차이 불러”=이처럼 국내 게임의 수출은 어려워지는 반면 중국 게임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는 것은 게임에 대한 양국 정부의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우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자국 산업의 보호와 육성에 주력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게임을 아직도 부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규제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경우 자국 게임산업의 보호를 위해 여러 법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해외게임사의 서비스와 수출에 제한을 가해 중국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산업 발전 지원을 위한 문화부의 우대정책 제정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온라인 게임 분야에 대한 대출 등의 금융지원은 물론 해외 수출에 대한 지원 정책까지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8년 12월 문화부가 게임산업 중장기계획을 발표하면서 2012년까지 3천500억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체 현장의 기업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사업계획을 보면 게임산업에 대한 홀대는 더욱 자명해진다.
진흥원은 올해 1천723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면서 게임 분야의 경우 136억원을 배정하는데 그쳤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는 오픈마켓 심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국회가 표류하면서 여전히 본회의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와의 경쟁에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뛰어주는 것까지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최소한 현재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무분별한 규제라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