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성되는 벤처펀드 투자규모가 1조40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중기청·지경부·정책금융공사·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 4개 기관이 8월 말까지 6700억원을 출자해 결성하는 벤처펀드 규모가 총 43개에 1조363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0년 초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오는 셈이다.
국내에 벤처 열기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투자 자금을 끌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자금이 벤처 투자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도 1조4000억원대 펀드가 결성됐으나 투자규모는 8671억원에 불과했다. 그 전해인 2008년 역시 1조원 이상의 벤처펀드가 결성됐음에도 투자실적은 7247억원에 그쳤다. 벤처기업에 투입돼야 할 자금 상당분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 등에 묶여 있는 것이다.
과거 벤처 붐 시절, 벤처캐피털 업계는 고위험 투자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내부 투자결정 기준을 대폭 ‘안정’ 지향으로 강화했다. 이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1차적으로 투자 위험이 높은 신생 벤처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초기 벤처기업은 투자 자금이 끊기면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초기 벤처기업이 등장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투자처가 사라지고, 이는 벤처캐피털 업계에도 치명적이다.
벤처투자의 본질은 ‘고위험 고수익(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추구’로 요약된다. 벤처의 잠재 기술력과 가능성을 믿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벤처가 성공하면 대신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 비즈니스가 벤처 투자다. ‘저위험 저수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는 은행의 역할이다. 자금이 돌면 산업도 자연스럽게 살아나기 마련이다. 모태펀드 지원으로 어렵게 마련한 벤처펀드 자금이 창업과 초기 벤처기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