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장비업계가 턱없이 낮은 유지보수 비용에 멍든다. 외산 업체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거나 아예 못 받는 경우도 있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 등 일반 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까지 헐값 유지보수를 요구해 개선이 시급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은 국내 공공기관이나 통신사업자, 대기업 등으로부터 장비가격의 0.5~2.2% 수준의 유비보수 비용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기업은 장비가격의 평균 7~8%에 달하는 유지보수 비용을 받는다.
유지보수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기관도 국내 업체들에는 2%대의 계약이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입찰제안서(RFP)상의 무상계약 조항으로 이마저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KT에 제품을 공급하는 A사는 도입가의 0.5~1.4%에 해당하는 금액을 유지보수 비용으로 받는다. 이 회사는 SK브로드밴드에서도 1.2~2.2%의 유지보수 비용을 받는다. 장비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평균 장비가격의 5%를 유지보수 비용으로 받는 것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일부 통신사업자는 심사 때 ‘기술항목’을 평가하면서 무상 유지보수 기간을 길게 잡으면 입찰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무상 서비스를 유도한다.
이 같은 상황은 공공기관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진다.
국가정보통신망이나 국방정보통신망에 제품을 납품하는 국내 업체의 장비 유지보수 조건은 3년 무료다.
B업체 사장은 “유지보수 매출이 거의 없다 보니 매년 초 매출 계획을 (물건 판매 실적만으로) 제로(0) 세팅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재투자 여력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외국 업체들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유지보수 비용에서 얻는다. 글로벌 통신장비회사인 시스코는 연간 매출액의 20~30%가 유비보수 비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들도 조금 낮기는 하지만 꽤 많은 매출을 올린다.
지식경제부가 조사했던 자료에서도 통신사업자는 도입단가의 1~2%, 일반 기업체 4~5%, 공공기관은 6~7%로 조사됐다. 외산 제품이 10~2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시스템통합(SI)업체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웨어협회에서 정한 유지보수 기준은 도입가의 8~15%이나 현실적으로 이렇게 받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김철수 지식경제부 PD는 “업체들의 건전한 성장과 재투자를 통한 국내 통신산업 발전을 이끌어 내려면 반드시 현실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0.5~2.2%에 공짜 요구…외산 절반 수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네트워크 장비의 유지보수 비용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