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벤처 업계 ‘미다스의 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울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연설만큼이나 ‘손정의의 눈물’은 인터넷과 블로그, 트위터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달 25일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 향후 30년의 비전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2시간에 걸쳐 자신의 힘들었던 유년시절과 가족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경영철학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손 회장은 “어린 시절 지독히 가난했지만 할머니의 애정을 받으며 사업가로서의 꿈을 키웠다”며 “주위에서 모두들 만류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전까지 국적이나 인종에 얽매여 스스로 위축됐지만 훌륭한 사업가로 성장해 모든 인간은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라며 일본 생활을 회상했다. 손 회장은 “그 결심(도미)을 할머니에게 말했다”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의 성장을 믿음으로 지켜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할머니, 미안해요 그렇게 나에게 상냥하게 해준 할머니를 나는 정말로 싫다고 말해 버린 것이 너무 죄송해요. 할머니, 나를 한국에 데려가 주세요. 제가 그 동안 애써 피해온 선조의 나라를 보고 싶습니다. 한국에 데려가 주세요라고 말했다”라고 말할 때 눈시울은 더욱 붉어졌다.
그는 “할머니와 함께 2주정도 한국을 돌았다”라며, “(전기도 아직 나오지 않는 작은 마을에) 할머니는 헌 옷을 일본에서 가져가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건네주었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만면의 미소로, ‘고맙습니다. 예쁘네요. 일본 옷은 예쁘네요’라고 하며 받았고, 그 때의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울었다.
그가 밝힌 소프트뱅크의 미래 비전도 소박하지만 진지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여 (누군가가)마음 속에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이름도 모르는, 그저 단 한 명의 아이가 기뻐해주었으면 합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말고, 도움이 온다는 믿음을 갖자”며 “이름도 모르는 어느 나라의 한 어린이가 흙 묻은 얼굴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삶이 진정 가치 있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손 회장의 연설은 네티즌에서 다른 네티즌으로 전달됐다. 블로그나 카페에도 손정의의 눈물이 회자됐다. 한 네티즌은 “일본 재계 3위의 기업 총수가 예상과 다른 파격적 연설을 한 사실도 놀랍지만 진솔한 내용이 더 큰 감동을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