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80억·328억원인데 `대기업?`

 지난해 연 매출 680억원을 기록한 농심NDS. 외형만 놓고 보면 평범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내년부터 20억원 미만의 공공 정보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다. 농심그룹이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하루 아침에 대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입찰 참여를 제한한 SW산업진흥법 시행령(제17조 4)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규모와 상관없이 무조건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당초 중소기업 보호의 의미를 살리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묶여 ‘무늬만 대기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엄격한 대기업 입찰 제한 규정 때문에 ‘무늬만 대기업’인 중소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의 공공 프로젝트 참여를 제한해 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SW산업진흥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대기업의 경우 매출이 8000억원을 넘으면 40억원 미만 프로젝트에, 매출 8000억원 미만이면 20억원 미만 프로젝트에 각각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대기업 소프트웨어사업자 기준은 △상시 근로자 수 1000명 이상 기업 △자산 5000억원 이상인 기업 △자본 500억원 이상인 기업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기업 △자산 5000억원 이상 법인이 발행 주식 총 수의 30% 이상을 소유한 기업 등이다.

 이처럼 정부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만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분류나 대주주 지분율 등의 규정은 ‘무늬만 대기업’을 양산하고 있다.

 실제로 교보정보통신(연 매출 328억원), 삼양데이타시스템(393억원), 엠프론티어(450억원) 등은 매출이나 자본금이 중소기업임에도 대기업으로 분류돼 사실상 공공사업 참여가 원천봉쇄 당했다. 각각 교보생명보험, 삼양사, 한국타이어 등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의 소속 회사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30%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공 IT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제한당하면서 공공부문 매출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내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농심NDS는 공공분야에서 벌어온 매출 20~30%가 날아갈 형편이다.

 이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중소기업과 경쟁이 안 되는 등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최고경영자는 “매출 500억원이 안 되는 실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것 자체가 중대한 오류”라며 “중소기업의 20억원 미만 공공 IT 프로젝트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난센스로, 경쟁을 제한하고 SW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중소기업 몸집을 갖고 20억원 이상 공공 IT 프로젝트에서 대기업과의 수주 경쟁을 펼치라는 것은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중소기업 우대 정책에 중소기업이 희생양이 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제2, 제3의 선의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과 지분율에 따른 기준으로 한 대기업 분류 규정을 예외로 해야 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은 이와 관련,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관계 부처에 획일적 기준 적용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수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관계 기관은 특혜 시비 등을 우려해 수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모기업의 다양한 산업군에서 파생된 IT 노하우를 공공 분야에 접목, 민관 공동의 컨버전스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20억원 미만 공공 IT 사업 참여 제한으로 인한 매출을 상쇄하기 위한 대안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