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의 콘텐츠 창고인 아이튠스(iTunes)를 이용한 애플의 수익 모델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음악·영화 등 유료 콘텐츠의 강력한 보안성과 폐쇄성을 자랑해온 애플 아이튠스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아이튠스를 통해 구매한 음악은 물론이고 영화, 동영상 등 다양한 파일을 아무 제약 없이 안드로이드폰으로 옮겨 쓸 수 있는 이른바 아이튠스 ‘에이전트 프로그램’이 이용자에게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해외 유명 IT전문 사이트에 올려져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실제로 전자신문이 이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해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S’를 비롯해 모토로라의 ‘모토로이’ 등에 적용한 결과, 손쉽게 아이튠스의 음악과 동영상을 동기화(싱크)해 옮겨 담을 수 있었다. 아이튠스에서 콘텐츠를 내려받아 애플 제품에만 ?용하지 않고 무료로 안드로이드폰 등에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에이전트 프로그램은 윈도 운용체계(OS) 환경의 PC에 설치한 아이튠스와 스마트폰을 동기화하는 일종의 해킹 툴이다. 다만, 닷넷 프레임워크 2.0이 미리 설치돼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설치, 실행하면 자동으로 아이튠스를 구동시킨 뒤 USB방식으로 PC에 연결된 안드로이드폰의 외장 SD메모리 카드 내 지정 폴더와 원하는 콘텐츠를 곧바로 동기화할 수 있다.
자란 닐슨이라는 개발자가 만든 이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오픈소스SW 개발자 사이트인 ‘소프포지닷넷(SourceForge.net)’에 프로젝트로 등록됐다.
애플 아이튠스의 유료 콘텐츠를 갤럭시S 등 불특정인이 소유한 다른 멀티미디어 기기로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애플의 콘텐츠 보안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앱스토어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로 엄청난 콘텐츠 수익을 올리던 애플의 사업모델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아이튠스는 2003년 첫선을 보인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의 디지털기기 콘텐츠 관리 온라인 콘텐츠 장터로 실구매자와 사용기기에 대한 철저한 인증 프로세스를 구축, 애플 제품 이외의 기?에서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았다. 애플은 이를 통해 세계 음반시장을 장악했다. 음악은 물론이고 영화·뮤직비디오·오디오북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유통돼 지난 2월까지 무려 100억곡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