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톨게이트 공항 방향 도로에서 포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운행하는 고속버스가 도로 옆 지하차도 공사현장으로 추락해 1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2차로에는 마티즈 승용차가 고장이 난 채 정차돼 있어 이를 피하던 1톤 화물차가 방향을 바꾸면서 도로 중앙벽을 들이받았다. 뒤 따르던 해당 버스가 이 차들을 피하려다 오른쪽 가드레일을 넘어 추락했다.
특히 사고 당시 엔진 고장으로 정차해 있던 승용차는 삼각대 설치 등 적절한 비상조치를 하지 않아 대형사고의 빌미를 제공했다. 가드레일도 기준에 못 미치게 설치됐던 것으로 밝혀져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06년 서해대교의 30중 추돌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대형 참사는 인터넷에서도 화제였다. 네티즌들은 인천대교 버스추락, 사망자명단 등 관련 정보를 찾아보며 안타까워했다. 또 안전삼각대, 도로교통법 등 교통안전 관련 검색어를 찾으며 주위를 환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66조와 67조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되면 주간에는 100m, 야간에는 200m 후방에 고장 자동차 표지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기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한다. 안전삼각대를 휴대하지 않아도 2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경찰은 이번 추락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고장 차량이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뒤 따르는 차에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장 차량 운전자에게도 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처벌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바다위 고속도로’로 불리며 지난해 10월 개통된 인천대교는 총 교량 길이가 21.38㎞이며 바다구간만 12.34㎞에 달하는 세계 7위의 대교이자 사장교 형식의 다리로서는 세계 5위 규모의 초대형 교량이다.
다리의 힘을 지탱하는 주탑의 높이는 63빌딩(249m)과 남산(262m)에 맞먹는 수준의 238.5m다. 주탑 간 거리는 800m, 상판 높이가 74m에 달해 10만톤급 초대형 선박 두 척이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만큼 크다. 진도 7의 지진과 초속 72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밖에도 360도 회전이 가능한 CCTV가 23대, 순찰차량 2대를 교차운행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한 다양한 안전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빌미를 제공한 고장 차량의 처리는 신속히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