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패키지게임의 후속작으로 개발한 온라인게임에는 딜레마가 있다. 원작의 특징을 살리자니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바꾸자니 올드팬들이 볼멘 소리를 낸다. 양 쪽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한다’는 비아냥 속에 이도저도 아닌 게임이 되기 일쑤다. 많은 패키지게임들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주목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RPG의 전설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바탕으로 개발한 ‘어스토니시아 온라인’(손노리 개발, 구름 퍼블리싱)은 정공법을 택했다. 대세인 MMORPG와 타협하다 게임성을 훼손하느니 원작 패키지의 느낌을 최대로 살리기로 결정했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전투를 ‘턴 방식’으로 선택한 것만 봐도 개발사 손노리의 패키지 스타일에 대한 고집을 엿볼 수 있다. 많은 관심 속에 지난 주 2차 CBT를 마친 어스토니시아 온라인은 올해 안 정식 오픈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날의 검, 턴 방식 전투=턴 방식의 전투는 호불호가 갈린다. 어스토니시아 온라인의 전투는 몬스터를 클릭하면 독립적인 필드로 이동하는 전통적인 패키지 RPG방식이다. 스퀘어에닉스의 인기 RPG ‘파이널판타지’를 생각하면 쉽다. 유저들은 30초 간의 ‘택틱스 타임’에 전략을 짜서 ‘액션 타임’에 전투를 주고받는다.
패키지게임을 경험했던 올드팬들은 ‘역시 손노리’라며 찬사를 보내겠지만 실시간 전투에 익숙한 온라인게임 세대들은 당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주 2차 CBT기간 채팅창에는 전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전투 필드에서는 피터지는 싸움이 벌어지지만 일반 필드에서의 다른 사람들 눈에는 캐릭터와 몬스터가 조용히 마주서서 멀뚱대는 것으로 비춰진다.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몬스터의 비명이 가득 찬 기존 게임만을 경험했다면 생소한 풍경이다.
◇지루함 극복이 관건=턴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루함이다. 어스토니시아 온라인에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보너스를 받는 ‘미션’과 일격 필살이 가능한 ‘딱지’ 등의 시스템이 있어 지루함을 덜어준다. 또한 캐릭터가 성장할수록 영입할 수 있는 동료들이 늘어나 전략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초반 새끼 늑대 한 마리 잡는데 1분이 넘어가는 전투는 큰 진입장벽이다. 본격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레벨까지 기다려주는 신규 유저들은 많지 않다. 온라인게임에서 신규 유저 이탈이 대부분 10레벨 이전에 발생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다.
처음에는 화려한 연출과 대사에 감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보고 듣는 것도 고역이다. 여러 사람이 실시간으로 함께 움직이는 온라인 특성상 스킵모드를 지원할 수 없다면 동료들이 자동으로 행동하는 인공지능 모드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확실히 어스토니시아 온라인은 독특하다. 턴 방식의 전투뿐 아니라 손노리 특유의 유머와 아기자기한 그래픽 등 올드팬들이 열광할만한 재미 요소가 많다. 그러나 온라인 세대에게는 ‘그들만의 리그’로 느껴질 여지가 있다. 올드팬들과 온라인 세대를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관건이다.
플레이포럼 서동민 기자 chino@playforum.net
게임성 ★★★ 올드팬들은 만족하겠지만 온라인세대는?
그래픽 ★★★ 카툰렌더링 방식이 제법 잘 어울려요
사운드 ★★ 아무리 멋진 대사라도 수십 번 듣는다면
조작성 ★★★★ 컨트롤보다 머리를 잘써야 하는 게임
특이성 ★★★★★ 턴 방식의 온라인게임. 말이 더 필요한가
총평: 6.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