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대는 낭만과 거리가 멀다. 여름방학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취업 5종세트’를 다 갖춰도 취업문 통과가 어렵다는 현실 때문일까. 방학이면 으레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을 떠나거나, 놓친 학점을 계절학기로 메우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학기 내 뜨얰웠던 학구열이 방학과 함께 ‘산업현장’으로 옮겨간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대학과 달리 유일하게 국가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한국산업기술대의 분위기는 그렇다. 우선 방학을 이용해 산업현장에서 학점을 딸 수 있는 ‘프로젝트실습’에는 실무경험ㆍ취업준비ㆍ학점취득이라는 ‘일거다득’의 효과를 노리는 실속파 학생들로 북적인다. 4학점을 따려면 8주간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하며 실무를 배워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지만 한창 여름방학을 즐길 2, 3학년생의 30%가량이 산업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또 여름방학 기간에 유행하는 ‘국토순례’도 단순한 도보행진을 탈피해 전국의 주요 산업시설을 둘러보는 ‘산업단지 국토순례’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공대생이기 때문에 자청해서 산업현장을 경험해야 한다는 소명의식과 실용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교수진도 예외가 아니다. 방학과 동시에 산학연계 협정을 맺은 ‘가족회사’ 방문 일정이 빡빡해 연구실에 앉아 있을 여유조차 없다. 아예 ‘中企사랑지원단’ 같은 전담팀을 꾸려 기술ㆍ마케팅ㆍ자금ㆍ특허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 나서는 교수들도 있다.
산업현장에서 교수는 기업의 요구를, 학생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하고 필요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은 필요한 기술인재를 입도선매할 수 있다면 폭염 속에서 땀 흘리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청춘의 특권을 포기하고 방학을 산업현장에서 보내는 한국산업기술대생들의 열정이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녹이는 것은 물론이고 ‘업 코리아 바이러스’가 되어 타 공대생들에게도 전이되기를 기대해 본다.
송영승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홍보과장 songys@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