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이중침체…예의 주시할 때다

세계 경제가 다시 ‘더블딥(이중침체)’ 걱정을 끌어안았다. 특히 이달 1일 공개된 6월 미국 제조업 지수가 56.2로 5월(59.7)보다 크게 떨어진데다 올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세계 경제 이중침체 걱정에 무게를 더했다.

미 제조업은 오바마 행정부의 끈질긴 경기 부양 정책을 발판으로 삼아 올 경제 회복세를 지탱한 밑거름이었다. 제조업 지수가 고개를 숙이면서 소비와 생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됐다.

소비 침체는 생각보다 심각해 블루밍데일, 아베크롬비앤드피치, 메이시, 타켓 등 주요 소매기업이 미국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깝게는 캐나다와 멕시코, 멀리로는 두바이와 중국에 점포를 열어 미국 내 매출 부진의 타개를 꾀하기 시작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인 셋 가운데 둘이 2007년 12월 이래로 소비를 줄였을 정도다. 소비 침체현상이 깊고, 오래 묵었음을 엿보게 했다.

고용에도 불안한 기운이 드리웠다. 지난해 실업률이 10%에 육박한 뒤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하는 듯했지만, 지난 6월 4주 새 실업수당 청구 수가 47만2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1만3000건이나 늘었다. 주택시장도 덩달아 주춤거리는 등 미국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이 모두 흔들렸다.

흔들리는 분위기는 뉴욕증권시장에 그대로 투영됐다. 지난달 29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만선이 무너진 뒤 아흐레 동안이나 투자자를 우울하게 했다. 7일(현지시각) 1만선을 회복(10018.28)했으되 고용·주택·소비 등 실물경기가 여전히 움츠린 어깨를 펴지 못했다.

미국 경제가 주춤거리니 남부 유럽국가의 국채 만기가 몰린 7월의 ‘세계 경제 위기설’이 더욱 위협적이다. 부도에 내몰리지 않으려고 국가 재정 허리띠를 졸라맬 테고, 이는 세계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남부 유럽국가의 긴축정책이 경제 회복의 족쇄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에 치명타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도이체방크ING는 7일(현지시각) 유로권이 무너질 경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인플레이션, 독일에 디플레이션이 강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세계 경제가 2008년 12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보다 더 무거운 짐을 떠안을 것으로 우려됐다.

무엇보다 여러 경기선행지표와 달리 주요 국가의 실물경제 회복이 더딘 나머지 민간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게 문제다. 그리스를 비롯한 몇몇 국가의 민간 소비가 잔뜩 움츠린 가운데 정부 긴축이 더해지면, 시민에게 가해지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강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1%인 재정적자를 2014~2015 회계연도에 2.3% 낮추고, 4년에 걸쳐 실질 정부지출을 25% 줄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민간의 짐이 무거워질 조짐이다.

한국에 가깝기로는 중국 경기선행지수도 3월(105.0) 이후로 4월 104.4, 5월 103.4로 잇따라 떨어졌다. 달리 ‘지구촌’이라 부르겠는가. 미국, 유럽, 중국이 흔들리면 한국도 위험하다. 세계 경제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대비할 때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