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핵심 기능 수행 논리회로)업체인 MIPS테크놀로지가 국내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ARM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IPS테크놀로지는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과 국내 팹리스 기업 및 R&D 기관 등에 MIPS 코어 기술 지원 및 일정 수량에 한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MIPS 32 고성능 프로세서를 ETRI의 IT SOC산업지원센터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팹리스 기업들이 반도체를 개발할 때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능은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ARM과 같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 기업으로부터 IP(지적재산)를 라이선스해 제품을 제작해왔다. 국내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IP는 사실상 ARM사가 거의 독점해왔다. 삼성전자의 AP칩이나 엠텍비젼, 텔레칩스 등도 모두 ARM 코어를 사용한다. ETRI의 조호길 팀장은 “MIPS 아키텍처는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소모 등으로 디지털TV, 포터블 미디어, 자동차용 엔터테인먼트 기기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며 “이번 계약이 국내 IC 설계 기반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MIPS코리아의 오인석 사장은 “벤치마킹을 해보면 MIPS 코어 제품이 ARM 제품에 비해 전력소모나 성능 측면에서 더 높게 측정된다”며 “양산시 라이선스 가격도 ARM 보다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키아의 스마트폰 OS인 심비안이 ARM만을 지원했지만 안드로이드의 경우 ARM뿐만 아니라 MIPS도 지원해 다변화의 길을 열었다. 현재 일부 반도체 기업들이 MIPS 코어를 이용해 통신용 칩을 개발 중이어서 내년부터는 ARM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