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새로운 벤처 패러다임

[월요논단] 새로운 벤처 패러다임

벤처 1기를 통해 2만여개의 벤처가 연간 1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계적인 벤처 생태계가 형성돼 한국경제 성장의 한 축을 이룩했다. 그러나, 고품질 창업의 부진, 엔젤 투자가 소멸, 세계화의 한계 등을 극복하는 새로운 벤처 재도약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자리 창출과 국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벤처 재도약 이외의 정책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벤처 2.0 패러다임의 화두 네 가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벤처 1.0은 단일기업에 의한 기술 중심의 전략이었다면, 벤처 2.0은 복합기업에 의한 기술·시장 결합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시장 기회가 있다면 기술이 공급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했다. 한국 벤처 사장들에게 가장 절실한 요소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 기회인 것이다. 대기업과 글로벌 벤처가 시장 기회를 제공하고 신규 벤처가 혁신 역량을 제공하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대안이다. 기술·시장이 결합하는 복합기업 전략으로 벤처 2.0은 진화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혁신 주도 경제에서는 기업의 혁신을 위한 시장 기회 제공이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 경제는 단일기업 전략에서 복합기업 전략으로 이전하고 있다.

둘째, IT에서 모바일 IT융합으로 경쟁 전략이 이동하고 있다. 벤처 1.0의 주력 무기는 IT 제조였다. 그러나, 단독 IT는 중국과의 차별화가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이제 한국벤처는 제조중심의 IT에서 서비스와 결합하는 IT융합으로 이동해야 한다. 선진국형 경제는 서비스 중심의 경제고 모바일 IT융합을 통한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새로운 국가 경쟁력이 된다. u헬스, u시티 등 모바일 융합은 녹색 성장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해진다. 녹색기술의 핵심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보다도 기존 산업의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에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융합은 한국 벤처의 새로운 기회가 된다.

셋째, 코스닥 중심의 최종 회수 시장에서 M&A 중심의 중간 회수시장으로 정책 중심이 이동한다. 아직 코스닥에도 아쉬움이 있으나, 세계 5위권의 이머징 투자 시장으로 벤처 1.0 붐의 한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창업 후 평균 12년이 걸리는 코스닥만으로는 초기 벤처 투자 활성화는 어렵다. 한국에서 5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 후 5~7년에 작동하는 중간 회수 시장이 엔젤 투자 시장 형성의 관건이다. 미국의 투자 회수시장에서 M&A 중간 회수 시장이 나스닥과 같은 IPO 회수시장의 10배 가까운 규모라는 사실은 벤처 2.0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한다.

넷째, 실패 방지에서 안전한 실패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은 도전이고 도전은 실패를 내포하기에, 벤처 재도전 없이는 벤처 생태계의 지속적 발전은 불가능하다. 벤처 1.0에서 실패한 기업가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재도전의 기회가 봉쇄된 결과를 보고도 젊은이들의 창업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실제로 한국의 창업지수는 10년 전의 5분의 1 이하 수준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이제 실패는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전과 동의어라고 인식하는 데서 진정한 벤처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대상은 세 번째 도전하는 기업가라는 점이 문제의 본질을 지적하고 있지 않은가.

벤처 재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 제거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다!

이민화 기업호민관 mhlee@homi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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