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중단된 전력산업 구조개편 작업이 재개됐다. 지난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력산업구조 정책 방향’을 주제로 6개월여 동안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요지는 경쟁을 통한 효율화다. 전력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발전무문의 경쟁은 더욱 확대하고 판매부문도 경쟁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최근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경쟁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민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발전부문의 경쟁 확대와 판매부문의 경쟁도입을 통해 전력시장 선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사실상의 정부 방침으로 여겨진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전력시장의 앞날을 짚어본다.
이번 전력산업 구조개편 작업은 지난 2001년 KEPCO 독점체제의 전력 시장에 경쟁을 도입키 위해 발전부문을 분할한지 10년 만의 일이다. 지난 9일 열린 정책토론회가 이해당자자 중 일부인 경주시민과 전력노조의 충돌로 무산되는 파행을 겪기는 했지만 지식경제부는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정부 방침을 결정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구조개편 작업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발전부문을 떼어낸 KEPCO로부터 판매부문도 분리해 경쟁체제를 갖추는 것과 발전부문의 경쟁은 지속 또는 확대하는 것이다.
우선 판매 부문 분리로 공룡기업 KEPCO의 위상이 상당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발전자회사가 독립형 공기업으로 분리되고 판매부문까지 떨어져 나갈 경우 KEPCO에는 송전망 운영만 남게 된다. KDI는 전력거래소의 기능 및 조직이 KEPCO로 다시 흡수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발전이나 판매부문 같은 경쟁요소를 떼어 내지 않으면 계통운영과 송전망 소유가 분리된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판과 선수를 함께 할 수는 없다는 논리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어날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핵심을 판매 부문 경쟁으로 보고 있다. KEPCO의 전력 독점 판매시대가 끝났음을 알림과 동시에 다수의 판매 사업자들이 뛰어들어 경쟁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KEPCO가 판매부문을 떼어 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전기위원회에 따르면 KEPCO에서 판매부문이 분리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KEPCO의 분리를 염두에 두고 전압별 요금제를 시행하는 건 아니지만 판매부문이 분리되면 제도 시행이 훨씬 수월하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KDI는 KEPCO의 판매부문 분리 시기도 이와 맞춰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기존 전력시장은 여러 발전회사에서 생산한 전력을 KEPCO가 사들여 이를 다시 수용가들에 재판매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공급부문만 경쟁인 과도기적 형태로 이어져 왔다.
새로 전력판매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자들은 발전사(지금은 전기사업법에 의해 발전만 할 수 있게 돼 있음)를 비롯해 도시가스사와 유무선통신사업자·정유사 등 전국적, 또는 지역적으로 유통 네트워크를 갖춘 업체들이다.
특히 SKT 등 통신사업자의 경우 전력과 통신을 패키지로 묶은 상품을 개발, 향후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 경쟁이 도입되면서 실시간 요금제 도입 등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수월해진다는 설명이다.
KDI가 제시한 보고서에는 산업용·교육용·일반용 요금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경쟁을 허용하도록 하고 주택용은 기존 누진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이 경우 10년 전 정부의 구상처럼 소비자들은 원하는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직접 구매해 쓸 수 있다.
주문정·유창선기자 mjjo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