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하면서 벤처기업과 혁신형 전문기업 육성을 명문화한다. 지난 1995년 이후 15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중소기업기본법 19조에는 ‘벤처기업과 혁신형 전문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자금·기술개발 등 지원시책을 우대해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될 예정이다. 벤처기업과 혁신형 전문기업 특성에 맞는 정책을 발굴, 추진한다는 중소기업 육성의 새로운 방향과 원칙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실제로 지난 1995년 당시 소기업 대책 위주로 마련한 중소기업 시책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 경쟁력 수준과 성장성 등 중소기업 특성에 맞는 지원책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벤처는 기술성과 혁신성을 지닌 창업기업부터 일정 단계까지의 기업이며 혁신형 전문기업은 일정 단계를 뛰어넘어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중견기업을 말한다. 따라서 벤처기업에는 시장 안착과 성장과정에 대한 지원을, 혁신형 전문기업에는 해외마케팅 등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기본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당초 벤처기업과 전문기업으로 구분할 예정이었으나 이노비즈업계가 ‘혁신형’이라는 단어 명시를 강력히 요청하면서 마지막에 기업군 이름이 변경됐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결국, 개정법에 명시하는 두 기업군은 지금의 벤처·이노비즈(혁신형중소기업)·경영혁신형중소기업 3개 기업군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동안 지적돼온 벤처 및 이노비즈기업 간 유사성과 인증 중복에 따른 혼란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용어나 개념 때문에 쓸모없는 갈등을 겪지 않도록 정부가 현실적인 구분 기준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