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사 사업을 위해 검색순위를 인위적으로 `손질`하고 이 때문에 경쟁사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글이 인터넷 검색과 관련해 부당한 조치를 했다는 민원을 경쟁업체들로부터 접수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EU 집행위는 올해 업체들로부터 민원 3건을 접수하고 비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민원이 주장하는 내용대로라면 구글은 자신들의 사업과 겹쳐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검색순위 선정 알고리즘을 손질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낮춰왔다.
일례로 블로그 검색서비스 업체 테크노라티는 그간 여러 차례 구글에서 자사 검색순위가 뚜렷한 이유 없이 급락한 적이 있었다며 이를 구글의 `벌칙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독점규제 당국이 구글이 한 광고업체를 검색 결과에서 배제한 것이 위법이라며 이를 철회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구글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독점적` 위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국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70% 정도고 서유럽에서는 점유율이 90%에 달해 사실상 독점기업이 됐다. 더구나 일반 웹사이트는 물론 전문 분야 사이트들도 전체 트래픽(방문 빈도) 가운데 평균 50% 이상을 구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특정 업체에 대해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 순위를 내려버리면 이들 업체로서는 엄청난 피해를 보는 셈이다.
벤처캐피털인 애저캐피털의 마이크 콰티네츠 이사는 "구글은 많은 기업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상당수 기업이 (구글의) 페널티 박스 안에 있음을 알지만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구글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이달 초만 해도 항공정보 제공업체인 ITA 소프트웨어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온라인 여행업체들의 우려를 낳았다.
인터넷 미디어 기업인 IAC의 배리 딜러 회장은 "구글이 (검색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잃어버리고 있다"면서 "구글의 행보는 필연적으로 소비자 및 규제당국과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구글은 검색 알고리즘을 일부 변경한 사실과 그 파장이 크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알고리즘을 바꾸거나 이를 벌칙처럼 활용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매일경제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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