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실무 논의를 마무리하도록 목표 시한을 제시한데는 지정학적인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미국의 통상전문지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Inside U.S. Trade)는 소식통들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11월 한국 방문 때까지 한미FTA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를 매듭짓도록 목표를 제시한 것은 동북아시아 지역에 한미 동맹의 공고함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미국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미 정보통신 노조인 CWA의 래리 코언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FTA 비준의 의지를 천명한 것은)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이라는 메시지를 한국과 북한 모두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FTA 비준을 위한 일정 목표를 제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FTA가 아니라 미-파나마FTA의 비준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해왔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FTA 비준의 순서가 급작스럽게 바뀌어 한미FTA의 비준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론 커크 USTR 대표는 올해 2월 민주당 의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파나마와 맺은 FTA의 비준동의안이 먼저 제출되고 한국 및 콜롬비아와 맺은 FTA는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커크 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불과 한달 전까지도 계속 고수됐다고 이 잡지는 밝혔다.
이는 백악관의 주도적인 결정에 의해 USTR의 3개 FTA 비준안 처리 구상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 행정부들에 비해 담당 부처가 아닌 백악관 내부에서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컨대 건강보험 개혁에 관한 논의에서 캐슬린 시벨리어스 보건부 장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밝혔다.
한미FTA 문제 역시 USTR가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동안 내부적으로 그리고 있었던 3개 FTA의 비준 구상을 수정, 서둘러 한국과 실무협상을 통해 11월까지 이견을 해소하는데 매달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USTR 내부의 구상과 달리 한미FTA의 비준을 서두르게 된 것은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동북아 지역에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분명히 과시하고자 하는 지정학적 고려가 감안된 것이라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