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KT, 점점 더 멀어진다

"KT는 삼성전자 갤럭시S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하지만 갤럭시S가 없다고 해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라는 KT 가치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12일 중소기업과 상생협력 1주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히트 스마트폰 `갤럭시S`가 KT에는 출시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아이폰을 출시하는 미국 AT&T도 삼성전자 갤럭시S를 출시하는데 국내에서는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KT가 지난해 11월 아이폰을 도입한 이후 삼성전자와 관계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표 IT기업인 KT와 삼성전자 간 갈등이 고착화되면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의 KT 공급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웨이브)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인 `바다폰`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바다폰은 유럽 등지에서 이미 100만대 이상 팔려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삼성전자의 야심작으로 국내에서는 이달 중순 SK텔레콤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70만원대로 책정됐으며 SK텔레콤의 다양한 서비스가 적용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8~9월쯤 삼성전자 바다폰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KT는 아직 바다폰 출시 계획이 없다.

KT 관계자는 "갤럭시S도 출시가 미정인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바다폰 출시는 예정에 없다. 아이폰 출시 이후 아직도 삼성전자와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삼성전자와 KT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KT의 외산폰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이경재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T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판매한 스마트폰 중 86%(62만9000대), 전체 매출 중 88%(5151억원)가 아이폰, 노키아폰 등 외산폰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T 외산폰 비중이 90%에 육박하게 된 상황이다.

KT가 아이폰을 독점 출시하면서 가입자 쏠림현상이 심해졌고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해 특정 스마트폰에 대해 KT를 배제하는 비대칭 대응전략으로 인해 국산 단말기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도 KT에 대한 삼성전자 차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현재까지 개선의 기미는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K가 공급되든지 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KT와 삼성전자의 불편한 관계는 스마트폰 공급은 물론 통신장비 구축에서도 나타난다.

KT는 2기 와이브로 구축 시 중국 장비업체 화웨이를 복수 선정하려 한 데 이어 최근에는 4세대 통신설비를 위해 삼성전자의 경쟁 상대인 에릭슨과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KT가 에릭슨 장비로 LTE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삼성전자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전성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는 국내 시장에서 실적을 만들어 홍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특정 사업자를 배제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글로벌 안드로이드폰 시장은 사실상 HTC와 삼성 양강체제인데 KT가 넥서스원 등 HTC 제품을 많이 들여오면 삼성도 원하는 그림이 아닐 것이다. 적당한 시기에 두 기업이 화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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