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상으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므두셀라로 그는 969세를 살았다. 므두셀라는 ‘그가 죽는 날 심판이 온다’는 의미로 그의 손자인 노아가 600세, 즉 정확히 969세 때 노아의 홍수가 왔다. 그는 어떻게 장수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과학은 두 가지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제노타이프(Genotype)로 장수 유전자 즉 므두셀라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연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너타이프(Phenotype)로 어느 특정 환경에 따라 인간의 행동이 상호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연구하고 있다.
1875년 2월 21일 태어나고 1997년 8월 4일 세상을 떠나 122년 164일을 산 프랑스의 잔 칼망(Jeanne Calment) 할머니가 최장수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는데, 문제는 그가 어떻게 120세를 넘겼는지다. 이에 대한 제노타이프적 실마리와 응용기술이 최근 논문으로 발표됐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90세 이상 노인 3500명을 연구한 결과, 이들이 질병이나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남들과 거의 같았으나 장수하도록 돕는 특정 유전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므두셀라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ADIPOQ·CETP·ApoC3 유전자다. 연구팀은 장수 유전자가 암과 심장질환 등 노화와 관련된 질병의 발병시기를 최장 30년까지 늦추는 것으로 분석했다. 단 단일 유전자가 아니라 이들 세 유전자가 조합을 이룰 때 장수한다.
미국 보스턴대학 과학자들은 더 나아가 100살 이상을 사는 250명과 일반인 350명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유전변이 3만개 중 장수 유전자와 관련된 특정 유전변이 150개를 찾아내고 이를 이용한 바이오칩을 만들어 80% 이상의 정확도로 누가 100살 이상을 살 수 있는지와 장수 관련 유전변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즉각적으로 진단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특히 100세 이상의 연구 대상자들은 평균 93세에도 90%가 정상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같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나 유전변이는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바로 이 같은 장수 유전자나 장수 유전변이가 질병을 억제시켜 장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장수에 관련된 특정 3개의 유전자나 유전변이 150개는 매우 희귀한 유전자들이고, 아무에게서나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바이오칩을 이용해 진단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수할 수 없다고 나올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들 유전자를 이용해 미래의 신약이나 치료제를 찾는다면 무궁무진한 희망이 있다. 노화와 질병을 통제하는 이런 유전자들을 잘 조합해 약을 만들면 므두셀라처럼 오래 사는 것도 현실이 될 것이다.
2100년에는 누구나 150세를 살 것이라는 예측에 이견은 없다. 문제는 사회적·문화적 시스템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므두셀라가 성경에 등장하고 장수했는지 이제 그 비밀(지식)이 빠른 속도로 벗겨지고 있다. 그것은 과학기술의 힘이다. 우리는 오늘부터 므두셀라 유전자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고려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wycha@studybusin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