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에 대해 ‘합병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강한 부정이 더 어색하다”는 평가다. 더욱이 정 사장은 강한 부정의 발언 이후에 정리발언으로 “제가 합병하면 스탠스를 왜 바꾸게 됐는가 그 때 확실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여 당장은 아니지만 합병도 고려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정 사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이 SK그룹의 방침”이라며 “분명하게 말해 합병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SK브로드밴드 구조조정 등으로 제기된 조기 합병 가능성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실제로 정 사장의 발언으로 SK브로드밴드의 주가는 급락했다.
정 사장은 “SK그룹의 경영철학은 ‘따로 또 같이’다. SK의 76개 계열사가 있는데 따로 경쟁력을 갖춰야 같이 간다. 따라서 SK브로드밴드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그 경쟁력을 가지고 같이 갈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 또 함께 사업을 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결코 합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연설명까지 붙였다.
정 사장은 또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은 손익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며 “윈윈하며 잘 성장하고 있는데 합병하면 오히려 손해다. 합병은 화학적 결합까지 가능할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T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이동전화를 쓰면 SK브로드밴드 유선을 무료 수준으로 제공하는 ‘가족형 결합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해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가능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