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2차전지 글로벌 넘버 원 기업’ 꿈이 미국에서 영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총 24억달러를 전기차산업 육성에 투입, 우선 10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 LG화학과 함께 시동을 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LG화학의 2차전지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응원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고의 기술과 품질로 보답하겠다고 선언했다.
8년전(2002년) 사업 포기란 고비가 있었지만, 끝까지 밀어붙인 구본무 회장의 저력이 제대로 꽃을 피웠다.
LG화학은 미국 현지시각 15일(한국시각 16일 새벽) 미국 미시건주 홀랜드 시에서 자회사인 콤팩트파워(CPI)의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제조 공장 기공식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국기업이 아닌 외국기업 공장 기공식으론 처음으로 참석했으며,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도 미국 내 첫 2차전지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첫 삽을 떴다.
3억300만달러가 투자된 이 공장은 2013년 완공 예정이다. 3억300만달러 중 2억8000만달러를 미 연방정부와 미시건주 정부가 냈다. LG화학은 독보적인 2차전지 기술을 인정받아, 사실상 공짜로 미국 공장을 짓게 되는 것이다.
홀랜드 2차전지 공장은 연간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준 20만대 분량을 생산하게 된다. LG화학은 이곳에서 생산한 2차전지를 GM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와 포드의 ‘포커스’에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2012년에는 상업생산을 개시한다.
LG화학으로선 미국의 빅3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2곳인 GM과 포드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기공식을 치름으로써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게 됐다. 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독일 등의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간 만큼 확고한 지위를 확보했다.
LG화학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다질 수 있던 데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잠재성을 인지하고, 독자적인 기술 확보를 위해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얼마전 구본무 회장은 전무 승진자 교육에서 “10여년 전 시작한 2차전지 사업을 중도에(2002년) 포기하려 했었지만 결국 끝까지 도전했고 이제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업체에 비해 10년 늦은 1998년 전지사업에 뛰어든 LG화학이 중대형전지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데는 한발 앞선 북미 시장 개척이 주효했다. 지난 2001년 전지 연구 및 북미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에 연구법인인 CPI를 설립하는 등 발빠른 준비가 한몫했다.
특히 2002년과 2003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인 ‘파익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에서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시장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게 됐다. 또 이를 발판으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한편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차전지 세계시장 규모는 2010년 123억달러에서 2020년 779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며, 이 가운데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은 2010년 28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302억달러로 10배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
이진호·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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