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일찌감치 주요 내각의 수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주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한 데 이어 지난 19일(현지시간)에는 상무부 장관에 미국 투자은행(IB)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CEO를 지명했다. 행정부와 대외 무역의 키를 기업인이 쥐게 됐다.
일단 관심은 러트닉 상무 장관 후보에 쏠린다. 상무부는 산업·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다. 한 해 예산 110억달러, 직원 5만 1000만명의 거대 부처다. 반도체·사이버보안·사이버보안·특허 등을 총괄하고 감독한다. 여기에 관세를 책임지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관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러트닉은 추가로 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맡아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중 하나인 관세의 주도권을 쥔 셈이다. 그는 트럼프가 공약한 대중 고율 관세(60%) 전략을 지휘할 인물로 평가된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우리나라도 USTR를 상대로 어려운 협상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당장 우리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철강 등이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실제 트럼프가 대중국 관세 60%를 부과하면 미국 역시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솟구칠 수 있다. 여기에 법인세 인하까지 단행하면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국채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연쇄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ed)도 금리인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대비 강세를 보이며 한때 우리나라 달러 환율은 14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와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보던 현상이다. 고물가, 고환율이 밀려오는 것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우리나라가 수출이 늘어나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미국 재무부가 지난 14일 우리나라를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흑자 규모를 늘릴 수 없는 처지다. 당시 미 재무부는 무역 흑자뿐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도 문제 삼으며 한국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독일 등과 함께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에 지정된 것을 계기로 통상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2기 행정부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위기의 그림자가 한국 경제에 크게 드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 정부는 안전과 윤리를 근거로 인공지능(AI)을 규제했다. 트럼프는 AI 산업의 규제 철폐를 위해 바이든 정부가 만든 'AI 행정명령'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AI 이니셔티브를 추진했고, 러시아·중국 등과 격차를 벌릴 무기로 AI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AI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설계 능력과 제조 강점을 갖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기회다. 아울러 AI에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업을 결합하면 제조업 경쟁력도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이 때 국회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AI 기본법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하고, 정부는 향후 밀어닥칠 관세 태풍에 대비해 트럼프 정부 출범전 캠프와 친밀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AI 육성전략을 본격화 해야 한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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