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 2개월간 지속돼 왔던 D램 가격 상승곡선이 3분기에 하락세로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D램을 포함한 반도체는 지난 상반기 236억4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IT산업 수출액 728억7000만달러의 32%를 혼자서 달성했다. 반도체가 거둔 수출액은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세계적인 가격 인상 흐름을 반영하듯 반도체 상반기 수출은 1년 전보다 무려 99%나 폭증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의 비중이 큰 것이다. 그런데 이를 지탱했던 D램 가격이 3분기 소폭 하락에 이어, 4분기에는 하락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기업들로선 순이익과 영업외 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는 악재다.
가격 변동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고, 대비도 할 수 있다. 다만 큰 폭의 가격 급변에는 잘 대비하고, 준비하는 정도에 따라 피해 규모를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다.
삼성과 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한발 앞서 40나노 생산비중을 늘리기로 한 전략도 훌륭한 대비책 중 하나다. ‘치킨게임’에서의 승자효과를 가격 상승세로 누렸다면, 이제 가격 하강기에는 기술력에서 앞선 제품으로 승부를 걸면 된다.
대만 기업들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릴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가격 상승기에 축적한 재원으로 차세대 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낮아진 가격에 경쟁국이 허덕이는 사이 생산량 조절 등의 적절한 수단을 활용하면 된다.
D램 가격 사이클상 가격 상승기가 있었다면 하락기도 분명히 온다. 누가 먼저 대비하고, 그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지에 따라 마지막에 ‘웃는 자’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