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 빅뱅 제1부 / 지각변동 시작되는 미디어지형 ◆
지난해 7월 중국 국영방송인 CCTV가 아랍어 채널인 CCTV-A를 개국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이은 네 번째 외국어 채널이다.
CCTV-A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중동ㆍ아프리카 지역 22개국 시청자 3억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66억달러(약 8조원)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장창밍 CCTV 부사장은 "아랍어 CCTV 방송이 중국과 아랍 국가 간 교류와 상호 이해폭을 넓히는 중요한 가교역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CCTV와 뉴스코퍼레이션 산하 홍콩 스타TV, 상하이미디어그룹 등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미디어로 도약하는 꿈을 꾸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수차례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의 첫 번째 조건으로 `글로벌 미디어`를 꼽고 있다. 영국 BBC와 일본 NHK, 미국 CNN이나 디즈니 같은 글로벌 미디어가 한국에서도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호주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아시아를 같은 시장으로 묶어 아시아 시대를 리드해야 한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는 "원자력처럼 미디어도 세계 진출이 가능하다"며 "특화 콘텐츠를 찾아서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을 제외한 제3세계 지역에서 독자적인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범수 한양대 신방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국내형 글로벌 미디어의 모색과 평가` 논문에 따르면 30대 글로벌 미디어 기업 매출 규모는 2150억달러에 달한다. 대부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이다. 더구나 외국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단기간에 성장하기보다는 수많은 인수ㆍ합병을 거치고 각국 미디어 정책이나 시장경쟁 구도 변화에 따라 진화해 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탄생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대외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미디어가 `글로벌 브랜드`를 창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선 아무리 우수한 콘텐츠라도 수출이나 유통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타임워너, 바이어컴, 디즈니, NBC, 뉴욕타임스, 소니 등은 브랜드 자체가 엄청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15년 이상 케이블 시장에서 살아남은 MBN 등을 제외하면 브랜드를 핵심 자산으로 내세울 만한 미디어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탄생하려면 기업 인수ㆍ합병이나 전략적 제휴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주요 미디어 기업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무수히 많은 기업 인수ㆍ합병을 경험했다.
또 국내 미디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임워너나 디즈니처럼 영화-방송-음반-게임-출판 등이 복합적으로 묶인 회사보다는 경쟁력 있는 킬러 콘텐츠를 생산하는 특화된 방송사가 유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은 "드라마는 국내 시장에서 안정된 수익을 올린 뒤 외국으로 배급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외국시장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통할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내놓는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BS가 2008년 말에 제작해 방송한 2부작 다큐인 `한반도의 공룡`은 국내 다큐 사상 최고가인 편당 5만달러 이상에 수출되는 성과를 거뒀다.
킬러 콘텐츠 개발과 함께 방송업계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단순히 문화 콘텐츠를 외국에 판매한다는 일차원적 시각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양산ㆍ유통ㆍ공유ㆍ활용하는 데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특별취재팀=윤상환(팀장ㆍ문화부) / 황인혁 기자 / 손재권 기자 / 이승훈(이상 산업부) 기자 / 한정훈(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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