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ICT가 서울의 브랜드

[기획]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ICT가 서울의 브랜드

어째서일까.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지닌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에게서 유독 ‘정보기술(IT)’의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의 전자정보통신 관련 분야에 대한 철학과 경영원칙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 시장이 이끌었던 민선 4기 서울시가 IT 분야에서 뒤처진 행보를 보인 것도 아니다. 서울시의 정보화사업은 중앙정부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게 유일한 ‘문제젼으로 꼽힐 정도다.

이러한 의문을 씻으려고 했는지 14일 오후 서울 시청 서소문별관 집무실에서 만난 오 시장은 민선 5기 정보화사업과 IT 부문 발전 구상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오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통신기술(ICT)이 서울시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브랜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최초 연임 시장으로 민선 5기를 시작한 오 시장은 서울시가 600년 역사와 첨단 ICT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도시 경쟁력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김상용 정보통신담당]

-어려움 끝에 민선 5기 서울시가 출범했다. 첫 단추는 어떻게 꾀고 있나.

▲지난 4년 서울시정 경험이 있어 별도의 업무 파악은 필요 없지만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선거기간 접한 시민 목소리를 반영해 민선 5기 정책방향을 구축해야 하는 의무가 나에게 있다. 적어도 7월 한 달은 이 작업을 해야 한다.

민선 5기 서울시장으로서의 첫 업무는 ‘듣는 일’이었다. 대학로에서 대학생 100명과 만나 취업·창업 고민을 들었다. 앞으로도 매주 한 번씩은 시민과 만나 경청하고, 시정을 설명하는 ‘현장대화’를 마련할 계획이다.

-민선 5기 서울시의 키워드가 ‘도시 경쟁력’인데, 민선 4기의 산업·경제 정책을 돌아보면 디자인과 문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느낌이다.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게 디자인 아닌가. 도시경쟁력을 갖추면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의 질은 어떻게 변하는가.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말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틀린 평가다. 신성장동력 산업의 일환으로 디자인·패션·컨벤션·관광 중심의 창조산업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과거 서울이 이러한 산업을 강조했던 적이 없다. 전에 없는 새로운 정책이다 보니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가 이런 것만을 강조하는 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상대적으로 서울시가 강조하는 지식기반산업은 돋보이지 않았다. 드러내고 홍보지 않았다고 해서 시가 이에 대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이렇게 이 부문에 답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잘하던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 하나는 부족한 부분을 끌어올려 보완하는 것이다. ICT를 중심으로 한 지식기반산업은 전자에 해당한다.

서울은 공장 지을 땅이 없다. 서비스업 비중이 87%, 제조업은 13%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성장동력 산업은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ICT 산업을 나노, 바이오와의 융복합을 통해 업그레이드해나갈 것이다.

R&D 사업은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의 관심사다. 이 두 가지가 서울의 지식기반 산업 성장 정책의 기본축이다.

ICT 분야에서 계속 앞서나가기 위해 신규 투자를 이어갈 것이다. 이는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요체다.

-ICT 측면에서 서울시의 현 주소는.

▲ICT는 우리의 브랜드이자 장점이다. 민선 4기 취임 초 미국 보스턴시 관계자들이 세계에서 배울만한 도시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며 서울을 찾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ICT가 실생활에서 가장 잘 구현된 곳이 서울이기 때문이라더라. 달리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TV방송을 보고, CEO가 모바일인터넷으로 결재를 하는 도시. 자신들이 상상하기 힘든 도시라는 것이다.

전자정부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4회 연속, 8년째 세계 1위 도시로 뽑혔다. 이를 기반으로 오는 9월에는 세계 42개 도시가 참가하는 ‘세계도시전자정부협의체’ 창립총회를 서울시가 개최한다. 서울은 ICT 산업의 근거지인 동시에, 고도로 생활화가 돼 있는 도시다.

-일자리 창출이 모든 지자체의 과제이자 고민이다. 해결 방안은.

▲서울은 다른 도시처럼 공장을 세우거나 제조업을 진작시켜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를 감안해 일자리 대책의 첫 번째로 ‘창업’을 내세웠다.

창업에는 초기 위험부담이 따른다. 시는 이들에게 9만9000여㎡가량의 창업공간을 무상 제공하고, 창업자금에서 아이템개발비, 회계교육 등에 이르는 전방위 지원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검증된 ‘청년 창업 1000프로젝트’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시가 사업장을 제공한다. 지난해 500개 정도가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중앙정부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성공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방정부 사이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 가운데 ICT 관련 창업이 많았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10년, 20년 뒤 ‘애플’ 같은 회사가 될 수 있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지닌 젊은 인재들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서 제2, 제3의 애플 신화를 만들어가겠다.

-민선 4기의 성과인 동시에 과제로 꼽히는 것이 ‘균형 발전’이다. ICT 비중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균형도 중요한데.

▲지식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정보와의 거리가 곧 경제와 삶의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먼저 서울 어디에서나 무료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서울시 주도로 공공청사에 무료 무선인터넷 환경을 만들고, 동시에 민간 이동통신사업자와 협력해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공원, 광장 등지에서도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영구임대아파트, 저소득층 주거 지역 같은 정보소외지역에는 좀 더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정보에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세심히 검토할 방침이다. 정보 사각지대 없는 서울을 만들어 가겠다.

-최근 어린이 성폭력 사건 등으로 시민, 특히 사회적 약자의 안전문제가 이슈로 부상했다.

▲계속되는 아동범죄로 학부모들의 심려가 큰 것으로 안다. 두 딸의 아버지로서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도 남는다.

현재 2개 초등학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u서울안전존’ 사업을 서울 전 초등학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범사업 결과를 갖고 표준모델을 만들어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7개 초등학교로 확대한다. 이후 예산확보여부를 보고 2014년까지 전 초등학교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의 디자인 마인드를 행정시스템에 적용해 효율화를 꾀할 계획은 없나.

▲외형상의 디자인은 세월이 지나고 예산을 투입하면 겉으로 쉽게 드러난다. 택시 색이 바뀌고, 한강이 정비되고, 녹지공간이 늘어나는 것. 이들 모두 시민이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부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은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전자정부가 그렇다. 청렴하고 투명한 시정을 펼치려 할 때 IT는 굉장히 유용한 툴이 된다.

IT를 이용해 민원 프로세스를 실시간으로 공개할 수 있다. 나의 민원이 얼마나,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다. 그 즉시 이른바 ‘급행료’ 관행이 사라진다. 이는 누구나 다 알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정책이다. IT로 서울시를 디자인하면 ‘투명’한 사회가 되고 있다. IT는 민주화를 앞당겼고,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서울시 전자정부 행정을 배우기 위해 해외 관계자들이 찾아오지만 돌아가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들이 불편해지고 ‘먹을 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을 청렴하고, 빠르고, 친절하고, 경청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툴은 IT고, 그것은 서울시 행정을 바꾸는 힘이다. 조직의 장이 결심하고 목표를 설정해 프로세스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달렸다. 그게 디자인이다.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은 지금보다 더 빨리 앞서가고 싶어하지만 실무부처와의 괴리가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새로운 IT를 받아들기 위해서는 적응해야하고 공부해야하기 때문이다.

공공정보를 공개하면 유용한 앱이 만들어진다. 이런 것 다 아는데 공무원 지제현상 때문에 따라가지 못한다. 시장으로서 이를 독려하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서울이 어떤 도시가 되길 바라나.

▲서울은 최첨단 ICT산업과 600년 역사가 어우러진 독특한 개성의 도시다. 해외에 나가서도 항상 이렇게 설명한다. 600년 역사를 지닌 도시는 많아도 최첨단 산업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는 드물다.

ICT를 우리의 트렌드마크이자 브랜드로 삼아야한다. ICT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한편으로 기존 회색콘크리트 도시에 디자인과 문화 이미지를 더한다면 완벽한 도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