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구글의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이 성인물이나 불건전 정보, 불법복제물 등을 보여주는 도구가 됐다.
네이버나 다음 등 토종 포털은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부적절한 단어를 거르는 필터링 조치를 취하는 반면 구글은 사후 조치에 그치고 있어 네티즌들에게 부적절한 정보를 추천해주는 꼴이 됐다.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의 검색창에 ‘친구’라는 단어를 넣으면 네이버는 ‘친구여’, ‘친구 찾기’ ‘친구 생일 선물’ 등의 추천 검색어가 나타난다. 다음은 ‘친구 찾기 사이트’, ‘친구 만들기’, ‘친구사이’ 등이 뜬다. 반면 구글은 ‘친구 죽인 뒤 시신 유기’나 ‘친구의 엄마가 유혹’ 등이 추천 검색어로 등장한다.
‘여자’를 검색어로 넣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음란성 추천 문장이 구글에선 나타난다. 특히 추천 검색어는 단어의 한두 글자만 쳐도 자동으로 나타나는 기능이기 때문에 심각성이 더 하다.
토종 포털과 구글의 추천 검색어가 차이나는 이유는 필터링 조치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로 먼저 유해한 검색어를 걸러낸다. 기계적으로 잡지 못한 유해 검색어들은 감시 인력이 다시 차단한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감시 요원은 약 300명 정도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포털 다음에서 유해 추천 검색어를 잡아내는 감시 요원을 운영한다.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명백하거나 허위 사실임이 증명된 추천 검색어는 신고가 들어오면 삭제한다.
반면 구글은 기본적으로 컴퓨터의 힘에 맡긴다. 이용자들이 많이 검색하면 그 단어가 무엇이든 추천 검색어로 노출된다. 구글도 포르노 등 누가 봐도 명백하게 부적절한 검색어는 사후에 삭제조치를 취하지만 사람의 손을 한 번 더 거치는 감시는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구글에선 상대적으로 부적절한 추천 검색어들이 무작위로 등장한다.
구글코리아 측은 “사람이 수동으로 관리하고 있진 않지만 유해한 추천 검색어는 구글도 삭제조치를 하고 있다”며 “추천 검색어 서비스는 철자가 틀렸을 때나 타이핑이 덜 됐을 때 알아서 검색어를 완성해 주는 이용자 편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검색창에 써넣는 검색어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자동완성 기능에 뜨는 추천 검색어는 필터링 조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 포털마다 환경설정을 통해 자동완성 기능을 쓰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용자들은 드물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