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도약의 순간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는 출간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찾는 기업경영의 바이블로 꼽힌다.

짐 콜린스와 그의 연구팀은 방대한 자료와 조사분석을 통해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핵심요인을 발견하고 전략과 방법을 제시했다.

그가 발견한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의 공통점 중 하나는 ‘기적의 순간은 없었다’라는 것이었다. 달걀이 갈라져 닭으로 변하는 과정은 극적이지만 병아리의 관점에서 볼 때 달걀이 갈라지는 것은 긴 걸음에서 단 한 걸음을 더 걸어 나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종결과가 아무리 극적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전환은 결코 한 번에 진행되지 않았다. 축적단계가 길든 짧든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의 전환은 예외없이 똑같은 기본 패턴을 따른다. 크고 무거운 바퀴를 한 바퀴씩 돌릴 때마다 작지만 그 힘이 이전에 쏟은 힘 위에 쌓여 속도가 빨라지고 마침내 추진력을 얻는 것과 같다.

바퀴를 돌리는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결정적인 행동, 원대한 프로그램, 한 가지 끝내주는 혁신, 오직 혼자만의 행운, 혹독한 혁명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조금씩 끈질기게 밀다보면 위대한 기업으로 전환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지난한 축적단계를 건너뛰고 돌파로 곧장 도약하려 한다. 바퀴를 한 방향으로 밀다가는 멈추고, 방향을 바뀌어 또 다른 방향으로 밀고, 이리저리 동요하다 끝내 지속적인 추진력을 축적하는 데 실패하고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최근 아이폰 쇼크로 ‘결정적인 한방’을 노리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물론 애플이 던져준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업에 열린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 뛰어들기 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 회사 규모에 맞는 일, 열정을 가진 일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일관적 방향을 유지하고 힘을 축적해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