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르면 이달 말, 트위터 이용자 대열에 합류한다. 최 회장은 내달 예정된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모바일 오피스 가동에 맞춰 트위터를 시작, ‘소통’ 경영의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를 포함, 약 600명의 임원이 최 회장 팔로어로 예정돼 있다. 재계 서열 3위의 SK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경영 도구로 활용한다는 사실은 트위터의 위력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CEO들이 트위터에 푹 빠졌다. 기웃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삼매경(三昧境) 수준이다. 해외에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국내에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나 박용만 두산 회장 등이 대표적 트위터 경영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KT는 공식 마케팅 창구로 트위터(@ollehkt)를 이용 중이다. 이 트위터에는 3만여명의 팔로어가 모여 있다. KT는 아이폰을 도입한 ‘선구자’로서, 젊은 애플마니아와 트위터를 통해 교감 중이다. 트위터에서 이석채 KT회장은 ‘아이폰 열풍’을 한국사회에 심은 ‘젊은’ 리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확산되는 소셜미디어와 기업의 新소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포춘 100대 기업의 65%가 트위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는 아직 도입단계다. 대한상의가 지난 5월 403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16.1%가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CEO는 왜 트위터에 열광하는가=지난달 21일 한국PR학회 주최 ‘2010 전략커뮤니케이션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칼 보턴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기업에서 단 한 명만 트위터를 해야 한다면 그 주인공은 CEO”라고 대답했다. 보턴 교수는 “CEO는 자기 회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과 직접 소통을 원하는 대중에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응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가 트위터로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이뤄낸 사례는 많다. 최근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은 해외에서 아이폰을 분실했는데 휴대폰 보험으로 보상받기 힘들다는 고객의 글을 표현명 KT 개인고객 부문 사장에게 알렸다. 표 사장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고객에게 사과 및 보상을 해드리고 고객지향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달리 트위터가 CEO들에게 관심을 끄는 이유가 바로 직접 소통의 효과다. 다른 SNS는 이용자가 쓴 정보를 다른 이용자가 볼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지만 트위터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뿌려준다. 전파 속도도 핵분열처럼 기하급수적이다.
◇트위터는 양날의 칼=트위터가 고객과의 직접 소통에 큰 도움을 주지만 역기능도 있다. CEO의 사견이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갤럭시S 사용기가 대표적 사례다. 정 부회장이 “해외에서 갤럭시S를 쓰는데 불편하다”는 내용을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일파만파로 전파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해외 이용을 더 편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단락됐지만 친척 간인 삼성과 신세계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문화적 차이도 트위터의 한계다. CEO의 말 한마디가 트위터로 전파되면 직접적 표현에 익숙지 않은 우리나라 정서와 다른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기업이 실시간으로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것도 기업이 트위터를 도입하는데 꺼리는 이유다. 트위터 마케팅을 잘하는 KT의 담당부서원들이 고객들에게 트위터를 통해서 제일 자주 올리는 글은 ‘죄송합니다’와 ‘하겠습니다’였다. 싫은 소리를 쏟아내는 팔로어의 입장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CEO 의지가 있을 때 트위터 경영은 빛이 난다.
김철균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개인적으로 1년 넘게 사용해보니 많은 소통의 효과를 느끼고 있다”며 “다만 한 나라의 소통 플랫폼이 그 나라의 문화와 관련돼 있다는 측면에서는 트위터가 우리 문화에 맞는지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장동준·김원배 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