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에 지폐가 늘 같은 방향으로 누워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명함 집은 늘 가나다순으로 정리돼 있어야 일이 손에 잡힌다. 자전거를 타려도 모든 장비가 다 구비돼야 시작하고 등산을 하려도 모자부터 무릎보호대까지 다 구입해야 등산 약속을 잡는다. 일기도 하루를 빼먹으면 아예 다시 시작하지 않고 게임도 한동안 접속이 뜸해서 랭킹이 밀리면 아예 탈퇴해버린다. 그 무엇도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을 지향하다 보니 아무것도 못하고 내 무덤만 파고 있다.
스스로에게 높은 기대와 날이 선 비판은 적당할 때는 긴장감을 준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의 대개는 완벽주의였다. 잭 웰치, 힐러리 클린턴, 안철수, 모두 완벽을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해서 좀더 완벽을 이룬 사람들이다. 다만 완벽주의가 과하면 불안감을 준다. 이 전환점은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긍정적 긴장감을 갖으며 성장할 건지, 부정적 불안감에 빠져 엄두를 못낼 건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완벽주의의 물꼬를 어느 쪽으로 틀 것인지 스스로와 의논해보자. 만약 부정적 불안감에 기울어져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필사적으로 균형을 맞추자. 부정적 완벽주의는 그저 삶을 조금 불편하게 하는 정도가 아니다. 내 몸을 옭아매고 내 마음을 좀 먹는다. 기대수준이 높으면 실행할 엄두가 안 난다. 잠깐 뒷산에 다녀오자고 마음먹으면 훌훌 털고 나설 수 있지만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면 쉽사리 날을 잡지 못한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스스로와 내기거는 마음으로 의도적으로 노력하자. 청소하지 않은 방에서 종일 누워있고 계획하지 않은 여행을 불쑥 떠나보자. 한 번 하면 두 번은 쉬워지고 두 번 하면 네 번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원래 불완전한 존재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사는 법을 배운다”는 철학자 세네카의 말처럼 우리는 매일 완벽을 지향하며 불완전하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