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망 중립성 개념을 세우자]기고 - 망중립성 논란, 풀어야할 숙제

[한국형 망 중립성 개념을 세우자]기고 - 망중립성 논란, 풀어야할 숙제

설정선 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26조원과 6조9000억원.

앞의 수치는 올해 삼성전자가 발표한 투자규모고, 후자는 지난해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의 설비 투자규모다. 삼성전자의 투자규모에 대한 언론 기사를 보면 사상초유라는 평가와 함께 많은 기대감을 담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에 통신사업자들의 네트워크 투자를 당연시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115조원인 데 비해 통신사업자들의 시가총액 합이 30조원 정도인 점을 고려한다면 7조원에 가까운 시설투자 또한 대단한 규모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시설투자는 망을 고도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매년 부담하고 있는 비용이기 때문에 통신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투자규모에만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 섭섭함도 있을 법하다.

최근 들어 망 이용량의 급증과 함께 망 확충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무선 데이터 이용량은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기 이전인 작년 10월에 비해 올해 3월에는 64%나 급증했다. 특히 KT는 무려 129%가 늘어났다고 하니 가히 폭발적인 증가라 할 만하다. 유선 쪽 사정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장비업체인 시스코가 지난 6월에 발표한 인터넷 트래픽 예측치를 보면 우리나라 인터넷 트래픽이 2012년에는 1.7배 증가할 것이며, 그 중 온라인 비디오와 P2P가 7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망 이용량이 급증하다 보니 지금보다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더 많아져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점점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 포화상태의 가입자와 매출의 정체, 게다가 MVNO 사업자의 등장 등 경쟁 심화로 통신사업자는 안팎으로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단순통로를 뜻하는 ‘덤 파이프(dumb pipe)화’하고 있다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이와 대조적으로 구글과 같이 통신망을 통해 서비스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국내 부가통신서비스 매출만 보더라도 가파른 상승세로 올해 1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전화 사업자인 스카이프가 3G망용 인터넷 전화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구글도 ‘구글보이스’라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등 전통적인 통신사업자의 영역이었던 음성통화 시장마저도 상당부분 내어주어야 할 상황이다.

이처럼 인터넷 콘텐츠나 서비스 사업자들이 통신망 기반 위에서 크게 성장을 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신망 확충과 고도화의 책임은 오로지 통신사업자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통신사업자가 수익성이 낮아지고 덤 파이프화가 지속된다면 각종 첨단 서비스와 콘텐츠의 근간이 되는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통신사업자 AT&T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인지 ‘구글 보이스’를 망 중립성 위반으로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소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제공하던 무제한 데이터 정액제를 포기하기도 했다. 세계적 통신사업자인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도 구글과 같은 포털 업계의 무임승차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그만큼 이제는 망에 대한 공정한 이용대가를 분담해 통신사업자가 망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인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하겠다.

통신사업자들은 그동안 통신망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통신요금 인하라는 상반된 시장의 요구를 감내하며 통신망의 확충과 고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통신망이 지금의 콘텐츠와 포털 서비스 성장의 밑바탕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수익자 부담이라는 원칙 아래 ICT 생태계를 견실히 한다는 측면에서 콘텐츠나 포털 사업자들도 네트워크 고도화에 일조하는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12jss@kto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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