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캐릭터는 귀엽고 착하게 생겼지만 그게 전부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소비자들과 캐릭터가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라이선싱 산업도 클 수 있습니다.”
21일 개막한 서울캐릭터라이선싱페어에서 콘퍼런스 강연을 위해 방한한 찰스 리오토 국제라이선싱산업협회(LIMA)장은 한국 캐릭터산업의 ‘현재’를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캐릭터 업계에서 생산해내는 캐릭터의 디자인은 예쁘지만 캐릭터가 좋아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이 뚜렷하게 없고 이 때문에 소비자와의 공감대도 없다는 것이다.
찰스 리오토는 LIMA의 수장으로 2009년 미국 소매 캐릭터 라이선싱 매출을 1072억원으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매출 1890억원을 견인한 캐릭터 라이선싱 업계의 세계적 권위자다. 라이선싱이란 티셔츠에 박힌 로고나 캐릭터 인형,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옷이나 액세서리, 게임, 문구류 등을 만들기 위해 맺는 계약을 뜻한다.
리오토 회장은 미국 라이선싱 산업은 성장률이 높고 시장이 이미 정착됐기 때문에 기대감이 없지만 한국처럼 이제 막 들어온 라이선싱 시장은 얼마나 성장할 지 기대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 캐릭터 산업에 대해 “한국은 애니메이션 쪽이 상당히 뛰어나다”면서도 “그러나 캐릭터에 대한 이해심이 좀 모자라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마케팅 도구인 애니메이션 제작은 뛰어난 수준을 갖췄지만 캐릭터 상품 매출을 유지 및 발전시켜나갈 핵심을 못짚고 있다는 것이다.
리오토 회장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 캐릭터마다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다양한 스토리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한국의 캐릭터들을 보면 일제히 착하고 귀엽게만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정해진 디자인이 없어서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고, 뭔가 소비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다는 졈이라며 “한국의 캐릭터 중 유럽, 남미,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뿌까가 그런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리오토 회장은 라이선싱 전문교육과 소비자 설문조사를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캐릭터를 형성시키기 위해서는 부모님과 아이들의 공감대를 얻을 성격이나 디자인을 조사해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이 쪽 전문교육이 기반이 된다면 어느 나라든 성장률이 높아진다”며 “특히 캐릭터의 친구들 캐릭터를 들여와 섞어서 마케팅을 해야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캐릭터 제작 업체들이 캐릭터 상품을 만들 때 “(다른 조건보다도) 캐릭터의 특성에 걸맞은 실용성 있는 물건을 만들 업체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리오토 회장은 캐릭터페어와 같은 대규모 라이선싱 행사에 대해서도 소비자를 연령층으로 구분해 조사를 많이 하고 인터넷 마케팅도 등한시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찰스 리오토 회장은 “라이선싱은 아직까지도 신생 사업으로 여겨져 매년 성숙해지고 있으며 한국의 라이선싱 시장은 아직 어린 편이라 소비자들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한다면 급격히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며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와닿는 캐릭터를 만든다면 라이선싱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단순한 애니메이션 제작보다는 브랜딩이 더 인정받고 있으며 그 배급채널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