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를 높이겠다는 ‘국가브로드밴드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고속인터넷(High-speed broadband)을 정의하는 기준 속도를 200배 이상 높였다. 이를 기준으로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들에게 속도 향상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면서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FCC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를 인용해 고속 인터넷의 다운로드 속도 기준이 10여년만에 기존 200kbps에서 4Mbps로 상향조정됐다고 보도했다. 업로드 속도는 1Mbps로 정했다.
4Mbps는 1초에 데이터 400비트(bit)를 전송하는데, 700메가바이트(MB)짜리 장편 영화 한편을 23분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보고서는 “다운로드 속도 4Mbps는 기본적인 웹브라우징과 e메일 사용 용량을 유지하면서 동영상이 많이 포함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속도”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최저 1400만명에서 최대 2400만명의 미국인이 브로드밴드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1400만명이라는 숫자는 2005년 기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시의 인구를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다.
FCC는 “이런 결과는 보편적서비스기금(USF)의 재편성, 주파수 배치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 인프라 투자에 대한 장벽 제거 등에 대한 필요성의 근거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고서가 인터넷업계를 압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내용이 현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밥 퀸 AT&T 수석부사장은 “FCC의 결론은 타당하지 않다”며 “700만 가정에 4Mbps 속도의 인터넷을 보급하려면 정부 보조금이 235억달러(약 28조3809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FCC가 인터넷 기준 속도를 대폭 높였지만 이는 여전히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실제 한국의 경우 광대역인터넷(BcN)의 정의를 50Mbps 이상으로 하고, 오는 2012년 90% 이상의 가구에 BcN을 보급키로 하는 등 미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