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해난 구조 단말 시연 현장 가보니

1500톤급 해양경찰함정에서 ETRI 연구진과 해양경찰관들이 조난구조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1500톤급 해양경찰함정에서 ETRI 연구진과 해양경찰관들이 조난구조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침몰한 천안함에 이 단말기가 비치돼 있었더라면….”

지난 21일 부산 수영만 앞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흥남)이 부산해양경찰서의 지원을 받아 난파된 배를 가상한 ‘2세대 해상용 탐색구조단말기(EPIRB, 이하 2세대 EPIRB)’를 시연하는데 성공했다.

1500톤급 경찰함정 선상에서 실시한 이날 시연에서는 강제 침수시킨 2세대 EPIRB가 3∼4초 만에 수면 위로 떠올라 조난구조 신호를 송신했고, 이를 수신한 구조선이 10여분만에 도착했다. 군함에 적용하기는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이날 행사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ETRI는 ‘2세대 EPIRB의 강제 침수→수면 부상→구조신호 송신→구조기관 구조신호 수신→구조선 출동’으로 이어지는 조난 구조 과정을 실시간으로 시연, 2세대 EPIRB의 빠른 조난신호 송신 기능을 알기 쉽게 보여줬다.

이상욱 ETRI 위성항법연구팀장은 시연 과정에서 “2세대 EPIRB는 정지궤도와 저궤도 위성을 통해 GPS 방식으로 현재 위치를 송신하기 때문에, 저궤도 위성만을 사용해 도플러 원리로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의 1세대 EPRIB에 비해 위치 오차는 50m 이내로, 위치 탐색 시간은 최대 10분 이내로 줄여 구조출동 시간을 1시간 가량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연을 지켜 본 박남식 부산해경 구조조난계장은 “조난 및 파손 선박의 빠른 위치 파악과 인명 구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세대 EPIRB는 ETRI가 지난해 개발, 올 초 SRC(대표 박년수)에 기술이전과 함께 상용화한 첨단 해상용 구조탐색 전용 통신 장비. 기존 동종 제품과 달리 크기는 절반으로 줄였고, 반면 배터리 소모와 오작동 가능성은 크게 낮춘, 세계 인명구조 기구 코스파스-살새트(COSPAS-SARSAT) 제도에 맞춘 제품이다.

SRC는 지난 2월 중국 정부의 형식 승인을 획득해 현재 중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며, 올 해말까지 유럽의 형식승인(CE)을 받아 세계 최대 레저용 요트 시장인 유럽과 북미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호진 ETRI 방송통신융합연구부문 소장은 “유사시에 보다 빠른 인명구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중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관련 기반 기술을 조만간 국내 도입이 예상되는 개인용 탐색구조 단말기(PLB)에도 응용해 추가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어선을 이용해 2세대 EPIRB를 강제 침수시키고 있다.
어선을 이용해 2세대 EPIRB를 강제 침수시키고 있다.
2세대 EPIRB의 조난구조 신호를 수신한 후 구조대가 조난 현장에 도착한 모습
2세대 EPIRB의 조난구조 신호를 수신한 후 구조대가 조난 현장에 도착한 모습
강제 침수시킨 2세대 EPIRB가 수면 상승 직후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다.
강제 침수시킨 2세대 EPIRB가 수면 상승 직후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다.
ETRI 해난 구조 단말 시연 현장 가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