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계열 수신제한시스템 업체인 NDS의 ‘자바 기반 다운로드형 CAS(JCAS)’가 국내 케이블 다운로드형 CAS의 복수 표준으로 사실상 채택됐다. 업계는 케이블카드 분리 의무화 유예기간이 끝나는 올 12월까지 국산 교체형 CAS(XCAS)와 JCAS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22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TTA 디지털케이블CAS표준화 프로젝트그룹(PG)은 ‘JCAS를 XCAS와 함께 국내 표준으로 채택하자’는 안을 24 대 9로 투표를 거쳐 통과시켰다. CAS는 수신자가 어떤 서비스에 가입해 있는지를 판단해 정당한 시청 권한을 가진 가입자만이 특정 프로그램을 수신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셋톱박스에 내장돼 있다.
TTA는 한 달간 의견 수렴 후 총회를 열어 표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늦어도 9월께는 표준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TTA는 이미 지난 6월 국내 케이블 다운로드형 CAS 표준으로 XCAS를 채택한 바 있다. TTA 프로젝트그룹이 JCAS를 표준으로 정함에 따라 국내 케이블TV 가입자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셋톱박스에는 각기 다른 다운로드형 CAS 표준이 깔리게 된다. 복수 표준이 되면 케이블 이용자가 셋톱박스를 갖고 표준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사용하기 어렵다. NDS는 이에 대해 ‘호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자의 눈>
복수 표준 채택은 국내 사업자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케이블사업자들이 시범사업을 통해 XCAS를 개발하고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CJ헬로비전, HCN 등 주요 케이블사업자들은 NDS와의 기존 계약으로 인해 JCAS를 향후 3~4년 더 사용해야 한다. JCAS를 복수표준으로 채택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비용과 AS 부담이 큰 케이블카드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2008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비용이 많이 들고 AS를 번거롭게 하는 CAS를 셋톱에서 분리하도록 했으며, 이를 2년간 유예한 바 있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12월부터는 케이블업계는 두개 표준을 기반으로 한 CAS를 개발, 셋톱박스에 장착해야 한다.
표준이 두 개가 되면서, 호환성과 국산 CAS 활성화라는 애초의 다운로드형 CAS 개발 취지는 무색해졌다. 외산 CAS 종속성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또 JCAS가 국내 복수 표준으로 채택됨에 따라 ‘표준’이란 의미가 없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사업자가 표준안에 넣어 달라고 요청해도 거절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복수 표준이 되면 국내 표준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결국 복수 표준으로 선정됐지만 CAS 종속화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여러 XCAS를 호환이 가능하도록 미리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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