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통신 장비업체들이 연구개발(R&D)에 매출액의 13~14%를 지출하고 있지만 신규 사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자금 투자는 몇년동안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통신 장비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대되고 있는 만큼 최근 장비업체와 벤처캐피털의 트렌드가 혁신을 위협한다는 점이 우려된다.
오범이 10대 대형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액 대비 R&D 지출은 지난 3년 동안 평균 13~14% 범위 내에서 변동했다. 중국 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의 경우 약 9~10%으로 10대 업체 전체 평균 이하를 보인 반면, 주피터,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NSN)과 에릭슨은 평균 이상이었다. 최근 공격적인 중국 장비업체들에 의한 시장 통합과 비용 압력 때문에 많은 서구의 대형 장비업체들은 직원을 해고하거나 시설을 폐쇄하고 있다. 이는 향후 매출액 대비 R&D 비율을 낮추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통신 장비업체를 위한 벤처캐피털 지원은 2008년 3분기부터 4분기동안 18억2000만달러(약 2조1895억원)에서 2009년 2분기부터 2010년 1분기까지 11억8000만달러(약 1조4195억원)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점이 통신 장비업체들에게 실제적인 위험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내부 R&D와 벤처캐피털 투자가 줄어들면서 몇몇 영역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기술 도입이 지연되고 △기존 프로세스에 대한 의존 및 특허권 있는 제품 도입의 회피 △혁신적인 접근을 특징으로 하는 제품 영역에서 차별화 포기 △M&A 시도 중단 등이다.
내부 예산 부족과 적은 신생사업 투자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 통신 장비업체들은 다음을 포함한 몇몇 다른 옵션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지역으로 R&D 센터를 적극적으로 이동시키고 △다른 장소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는 소규모 신생 공급자들과의 관계를 고정시키도록 노력하는 한편 △제한적인 잠재 시장에서의 생산 라인 중지 등이 고려되고 있다.
#투자와 투자비 회수 경향
벤처캐피털이 위험을 피하면서 신중하게 투자하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벤처 캐피털들은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 거래 혹은 공개 주식공모(public stock offering)에 의해 투자 대비 수익을 얻어 ‘출구로 빠져나가는(exiting)’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면은 장비업체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시장이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분기에 이러한 점을 명백히 볼 수 있었다. 최근 2분기동안 총32개의 통신장비 관련 기업들이 IPO를 했다. 지난 4분기에는 단지 20개의 기업만 IPO에 성공했다. 이런 통신장비업체들의 새로운 IPO는 소규모 혹은 전문 장비업체들이 성장할 여력이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시사하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거칠다. 이러한 IPO 중 일부는 적은 금액의 수익을 가져오거나 완료되는 데 계획보다 더 긴 기간이 걸리고 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이 소규모 장비업체를 대형화하고 IPO를 통해 높은 이익을 창출하도록 도울 기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M&A를 통한 벤처캐피털의 수익 창출은 시장이 가라앉은 현재 더욱 현실적인 방법이다. 통신 M&A의 ‘제왕’인 시스코는 2009년 4분기 현금을 떼내어 탠드버그(Tandberg)와 스타렌트(Starent)를 구매했다. 시스코의 M&A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크리스 카멜 시스코 기업 발전 부사장(Corporate Development vice president)은 최근 통신장비 업계 M&A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잘 요약했다. “2009년 상반기는 핵 겨울(nuclear winter)이었다. 변동성이 매우 클 때, 당신은 변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 해 하반기에 접어들 때 전 세계는 가라앉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시스코는 본격적으로 M&A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노텔의 붕괴는 에릭슨, 시에나 등과 같은 일부 장비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는 기회가 됐다. 또 NSN과 같은 다른 벤더들이 새로운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2008년에서 2009년에 걸쳐 일부 시장의 개편을 야기했다. 이러한 대형 M&A 거래가 안정화되면 전문 통신 장비업체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더욱 확실해질 것이며 이들은 거의 대부분 벤처캐피털 커뮤니티의 지원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중국 장비업체들은 당장 경쟁사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머지 않아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반면 서구 벤처캐피털과 장비업체들은 이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중국 장비업체들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구글 등 많은 대형 IT 사업자들이 행했던 것과 같이 스스로 벤처 펀드를 구성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들은 또한 서구 경쟁자들의 생산축소 (및 파산)에 의해 타격 받은 지역에서 새로운 R&D 설비를 구축할 수 있다. 사실 화웨이는 추측상 과거 노텔에서 또는 노텔과 함께 근무했던 숙련된 엔지니어들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전개하면서, 캐나다 오타와 근방의 카나나에 새로운 R&D 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2010년 4월에 발표했으며 현재 이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 통신장비업체의 미래는
2000년도 IT버블은 두 가지 영역과 강하게 연관됐다. 이 둘은 전자상거래(e커머스)와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이었다. 반면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는 복잡한 문제가 상존한 영역이다. 이중 일부는 기술적인 방법이나 비즈니스 모델 조정 및 새로운 소프트웨어 도입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갖고 있다. 벤처캐피털 기반의 신생사업은 대형 장비업체 또는 통신사업자가 보지 못한 모바일을 위한 강력한 ‘게임을 변화시키는(game-changing)’ 아이디어를 갖게 될 수 있다. 현재 많은 대형 서비스 제공사업자들은 장비업체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내부적으로 모바일 R&D(단말과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기술 등)에 대해 비중 있게 지출하고 있다.
쇠약해진 벤처캐피털 자금제공 등 제반 환경들 때문에 몇몇 대형 장비업체들이 소규모 전문화된 사업자들을 밀어낼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오범이 ‘텔레콤스 인 2020: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처’ 보고서에서 조사한 대로 전문 장비업체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문 장비업체들은 특정 수직 시장(vertical market)을 공략하면서 타깃 시장으로 정의된 틈새 영역, 기술 선도적 분야,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 장비업체로서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위해 적어도 몇가지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먼저 어떠한 장비업체도 홀로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협력, 컨소시엄을 통해 형성된 생태계 안에서 자사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소규모 사업자들이 대형 공급업체보다 매출액 대비 더 많은 규모를 R&D에 재투자해야 할 것이다.
매트 워커 오범 수석 애널리스트 Matt.walker@ovum.com
<2009년 전세계 통신시장 투자 동향(전체 투자금액 300억달러 중 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