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반도체 분야는 시장 진입은 어렵지만 정상궤도에 들어서면 시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아날로그 파운드리 분야 1위에 오른만큼 조만간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부하이텍이 긴 터널의 끝을 지나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지난 1997년 전격적으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진출한 이래 좁혀지지 않는 기술격차, 잦은 시행오차 등으로 동부그룹의 고민거리였던 동부하이텍이 조만간 흑자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IC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은 지난 상반기 2억5100만달러(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2104억원) 대비 50%가까이 성장했다. 스페셜티(아날로그 파운드리) 분야에서 뱅가드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4월 회사 창립 이래 매출 총이익(그로스마진)을 내기 시작한 후 14개월째 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지난 2009년 45세의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로 발탁된 박용인 사장이다.
박용인 사장은 “현재 고객으로부터 받은 주문 가운데 30%는 소화를 하지 못할 정도”라며 “사실상 100% 풀가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라인 가동률이 75%에 그쳤던 동부하이텍이 올해 들어 이 같은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전반적인 시황 회복과 함께 지난 2007년 아날로그 파운드리 사업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한 후 효과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한번 양산을 시작하면 동일한 수백만매의 웨이퍼를 찍어내는 메모리와 달리 아날로그 반도체는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월 25매 정도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소량 다품종 제품”이라며 “대규모 투자 효과보다는 공정기술과 사람, 고객맞춤(커스터마이징)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LG반도체를 거쳐 TI에 근무했던 박 사장은 지난 2007년 동부하이텍에 영입되자 아날로그 분야 최대 강자인 TI 인력들을 영입하고 직원들에게 고객서비스 마인드를 강조했다. 기술개발을 위해 위탁 생산 물량이 넘쳐도 생산 라인의 10%는 R&D용으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일부 아날로그 공정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서도 한수 배우자고 할 정도다.
박 사장은 “아직 영업이익을 못낸 것은 그동안 대규모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 비용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부터는 감가상각 비용이 다른 반도체 기업과 비슷한 20%대로 떨어지게 되는 만큼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부하이텍이 자체 제품을 가져감으로써 국내 팹리스 기업과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가동률을 안정하게 가져가기 위해 국내 팹리스 기업과 경쟁하지 않는 제품에 한해 자체제품을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박 사장은 “국내 소형 팹리스 기업 해외 활로 개척을 위해 동부 브랜드로 판매하거나 중개해주는 사업을 진행,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앞으로도 다양한 윈윈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동부하이텍 매출 및 손익 추이
단위, 억원, 2010년은 예상치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