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경기가 회복되면서 곳곳에서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경쟁 회사 동종 분야로 옮긴 직원 6명에 대해 전직을 막아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명에 대해 1년, 4명에 대해서는 1년 6개월간 전직 금지 등의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건은 이례적으로 대기업이 벤처기업으로 이직한 임직원에 대한 인력 분쟁 소송이지만 현재 발생하는 대부분의 인력 분쟁은 중소기업,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직이 원인이다.
어느 중견 장비 기업의 경우 올 초부터 지난 5월까지 반도체 장비 분야 인력 10여명이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중견기업 대리급을 대기업이 과장급으로 영입하는 만큼 막을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산업구조상 대기업에 항의하기도 어렵다.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 CEO는 최근 인력 유출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한 LED 중견기업은 자사 임원이 대기업으로 이직하자 항의 표시로 해당기업에 가서 피켓시위까지 했다고 한다. 최근 인력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는 2차전지 분야를 비롯해 LED·태양전지·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분야다. 대기업이 최근 1, 2년간 투자를 발표하면서 대규모 인력 수요가 발생했다. 그렇지만 대기업은 지난 외환위기(IMF) 이후 인력 투자를 최소화해왔다. 신입사원 공채는 고용을 늘려달라는 대통령의 호소로 진행되지만 매출 증가율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내부에 미래를 대비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최근처럼 대규모 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인력 스카우트로 해결하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후유증은 중소기업, 더 나아가 우리 전 산업계로 파급된다. 고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 등 대기업 창업자들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인재에 달려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인재육성을 위해 종잣돈을 투자했다. 순익을 손해 보더라도 인재를 확보했던 선각자들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