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영상도 골라 쓰는 시대

[ET단상] 영상도 골라 쓰는 시대

‘가상화’가 IT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최근 가상 서버 기술로 많은 업체가 IT 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도 업무 효율을 몇 배로 증대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 가상 서버기술이 확대 발전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기술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본격화되면 사양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PC를 구매할 필요도 없고 PC를 구매할 때마다 별도 프로그램을 구입해 설치할 필요도 없어진다. 따라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PC의 ‘소유’에서 ‘연결’ 시대로 IT의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가상화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IT의 경쟁력은 가상화를 어떻게 잘 구현하는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내 한 기업이 개발한 가상화영상(버추얼 애니메이션) 기술을 보면 가상화 기술이 앞으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어 얼마나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가치를 낳을 것인지 그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가상화영상 특징을 보면, 가상서버와 같이 제작된 하나의 영상을 무한 다수가 동시에 자신의 영상처럼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가상화 영상은 실제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파일이 생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영상이 제작되어도 파일 자체가 없으니 영상이 차지하는 용량은 제로에 가깝다. 얼마나 획기적인 일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파일을 생성할 필요가 없으니 영상을 제작할 때 기존 영상처럼 인코딩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인코딩 과정이 없다는 것 역시 혁명적인 일이다. 그만큼 영상제작 비용과 시간을 혁명적으로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상화 세계의 이야기다.

기존 영상제작 기술은 이미지를 동적화(dynamic expressions)하는 데에 국한되어 있었다. 또 프레임 순서대로 동적화시킨 이미지를 인코딩 과정을 거쳐 고정시킨다. 따라서 한번 제작된 영상은 이 순서를 변경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가상화 영상 기술은 영상 제작 시 동적화시킨 이미지를 누구나 다시 편집할 수 있도록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영상 속에 내장시켰으며 무한 다수의 사용자에게 가상화 영상을 분배하여 자신의 영상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코딩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상화 영상이 앞으로 영상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 것으로 예단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제작자 중심이었던 영상시장이 사용자 중심으로 변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맞춤 제작 방식이었던 영상시장이 기성품 영상의 사용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전문가에 의뢰하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고급영상을 골라 쓰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앞으로 가상화영상이 가져올 창조적 가치를 언뜻 정리하면 우선 영상 제작비의 획기적인 절감, 영상 활용도의 극대화, 사용자 기반의 영상서비스 등이다. 그러나 가상화 기술은 인간의 창의적인 상상에 기반하기 때문에 그 가치와 용도를 국한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동안 파괴적 혁신 패러다임을 뒤집는 ‘예술적 사고’가 IT를 이끌어 왔고, 그 정점에 가상화 기술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가상화영상 기술은 국내의 1인 창조기업이 원천기술을 개발해 그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부 창출을 위해서도 매우 반가운 일이다.

나경수 전자정보인협회 부회장 eniclub@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