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애플 왕국`을 이끄는 숨은 비밀은

애플은 매킨토시 컴퓨터를 시작으로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스마트폰 아이폰, 태블릿PC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미국내 IT업계 최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친 것은 물론, 구글, 아마존, 노키아, HP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을 변방으로 밀어냈다.

애플은 또 세계 최대의 음악관련 회사로 발돋움했고, 조만간 전자책 시장도 석권할 기세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IT업계의 주도기업이 된 애플과 이 회사를 이끄는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성공 뒤에는 어떤 비법이 있을까.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6일 인터넷판에서 애플의 전.현직 임직원과 지인 등의 입을 통해 전해진 잡스의 비밀을 소개했다.

◇`비밀 보호`가 최고의 원칙=1990년대 말부터 애플의 브랜드 관리를 맡아온 디자인업체 에이트의 사옥 2층에는 흰색 애플 로고가 새겨진 유리로 된 사무실이 있다.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유리벽 안쪽에는 8명의 애플 전담팀이 주요 신제품 발표회와 각종 박람회, 그리고 287개 소매 유통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선보일 브랜드 디자인을 연구한다.

빌헬름 오엘 수석디자이너는 "우리가 하는 일은 제품을 영웅으로 만드는 디자인의 통일성을 위해 고상함을 재정의하는 것"이라며 "마치 마술과도 같이 느껴지는 것을 잡으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굳게 닫힌 유리문은 비밀 보호에 대한 애플의 집착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단순히 편집증적 노출 회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애플은 항상 경쟁사와 분석가, 블로거, 언론 등에 적합한 의제를 주고 그 수위를 조절하지만, 이런 불투명 유리벽 뒤의 비밀장소에서만큼은 이런 이해 관계자를 잊고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비민주적 의사결정=애플이 지난 2000년 인수한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아스타르테의 운영담당자였던 마이크 에반젤리스트는 잡스와의 첫 만남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우리 팀은 잡스에게 보여줄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설명서를 준비 중이었는데, 잡스는 우리의 작업은 안중에도 없이 화이트보드에 직사각형을 하나 그리고는, `이것이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창이 하나 있고, 비디오를 드래그해 창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영상이) 복제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처럼 애플은 잡스가 혼자 또는 소수의 수석 매니저들과 마련한 제품 계획을 실무진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해 개발토록 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논쟁 의식하지 않고 고객에 치중=개방형과 폐쇄형 소프트웨어의 장단점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대부분의 기술자는 개방형 소프트웨어가 더 도덕적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가운데 프로그램 개발자 사이에서 응용프로그램 등록 기준을 제시한 애플의 앱 스토어가 폐쇄적이어서 문제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애플이 앱 등록 관련 규정을 투명하게 밝히면 이런 논쟁은 상당부분 불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수용자가 누구이며, 블로거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앱 스토어가 성공을 거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논쟁은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다.

심지어 경쟁자들도 앱 스토어가 유용한 정보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것이 애플이 중시하는 유일한 철학이다.

◇고객이 왕이다=애플이 10년 전 소매 전략을 세우면서 세운 한가지 목표가 있다. 고객들이 다른 컴퓨터 업계의 매장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매장을 세우는 것이었다. 담당자인 론 존슨은 고객들에 대한 설문을 통해 호텔 안내 데스크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서비스 받았다는 결론을 얻었고, 이런 개념은 현재 애플의 매장인 `지니어스 바(Genius Bar)`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매장은 고객이 가져온 어떤 종류의 애플의 기기도 점검해주고 심지어 기술과 관련되지 않는 서비스도 해준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하면서 돈을 받지 않는다. 고객이 돈을 내는 것은 보증 기간이 지난 제품을 수리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종교처럼 따를 상징을 만든다=브랜드 컨설턴트인 마틴 린드스톰은 애플 애호가들이 마치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들과 유사한 성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애플이라는 브랜드는 너무나 강력해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종교와도 같다. 이는 애플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종교적인 열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의 상징주의에 대한 노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라고 말했다.

아이팟의 흰색 헤드폰과 매킨토시 컴퓨터의 독창적인 부팅음, 맥북 후면의 독특한 모양 등이 바로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열정을 갖도록 하는 상징들이다.

◇과거는 잊어라=앞으로 애플이 소파에 앉아 무선 키보드로 거대한 프로젝터 모니터에 뜨는 영상을 검색하는 `데스크 프리` 컴퓨터나, 스타일러스 없이 터치스크린에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더라도 놀라지 마시라.

이런 새로운 제품들은 이미 최근 애플의 특허 애플리케이션에 언급된 내용들이다.

애플은 과거에 나왔던 제품에 집착하지 않으려는 성향 때문에 항상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의 경계에 위치해 있었고, 이런 전략은 충직한 고객으로 하여금 새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최근 한 고객이 애플에 보낸 한 통의 이메일과 이에 대한 잡스의 답변은 이런 애플의 성향을 잘 대변하고 있다.

이 고객은 2007년에 출시된 아이폰 첫 모델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고 물었고, 잡스는 "미안하지만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고객의 피드백을 영감으로 승화시킨다="내가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다면, 그들은 아마도 더 빠른 말이 필요하다고 답했을 것이다"

잡스는 종종 포드의 창업자 헨리 포드의 말을 인용해 고객의 희망사항을 반영해 영감을 얻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노트북 컴퓨터 붐이 일기 시작할 무렵 고객들은 애플에 노트북 컴퓨터를 개발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애플은 제품을 내놓지 않았고 노트북 산업을 놓치는 듯했다.

당시 잡스는 "우리는 쓰레기 같지 않은 (노트북) 제품을 500달러의 가격에 만들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는 올해 1월 아이패드라는 매력적인 태블릿 PC를 들고 나와 또 한번 시장을 뒤흔들었다. 아이패드는 그가 종종 언급하던 `빠른 말`을 넘어서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