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
‘망 중립성’은 상호접속 원칙, 비차별성 원칙, 접근성 원칙을 기본으로, 네트워크의 개방성과 접근성을 보장, 이용자 권익을 보장한다는 데 본질적 의미가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인터넷의 발전에서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의 혁신이 기여한 바가 크고 이를 망 중립성 원칙을 통해 유지하자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인터넷의 창시자’로 불리는 빈턴 서프는 인터넷이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접근 제약이 없도록 고안되었음을 미 의회에서 증언한 바 있다.
최근 모바일 VolP나 P2P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위협을 받는 동시에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 관리의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망 중립성을 흔드는 새로운 시장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포털과 콘텐츠 사업자들의 ‘무임승차론’과 ‘트래픽 차별의 필요성’이 그것이다.
이것은 통신사업자들의 수익보장을 위해 자신들이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사업자들과 일부 헤비 유저로부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보겠다는 의도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는 망 중립성의 본질을 외면해 결국 플랫폼과 콘텐츠 등 IT의 다양한 가치사슬이 발전할 수 없는 환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무임승차론의 한 대상인 국내 포털 사업자들은 자사 서비스 내 회선 구간에서 병목을 일으키지 않도록 두세 배의 충분한 여유 대역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사용하는 트래픽에 따른 적정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포털 및 콘텐츠 사업자들이 아무런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게다가 현재의 망 이용대가는 시장 입찰에 의한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포털 및 콘텐츠 사업자들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만약 통신사업자들이 망 이용자들에게 추가적인 이용요금을 부과하겠다면 그 과정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통신사업자들의 회계정보와 망 운영정보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현행 방식의 인터넷에서는 트래픽 차별 없이 망의 여유 용량 유지를 통해 네트워크 품질을 향상해 왔다. 장기적으로 트래픽이 급증한다면 품질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트래픽을 차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통신사업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차별’은 인터넷에 대한 사유적 ‘통제’를 유발, 산업 혁신의 발목을 잡고 이용자 편의를 가로 막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트래픽차별을 주장하려면 트래픽 관리의 목적과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통신사업자의 트래픽 차별 남용과 오용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IT산업의 발전과 국내 이용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망 중립성의 논란이 제자리를 찾고 네트워크의 개방성 및 접근성을 확대하는 등 망 중립성의 기본 원칙들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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