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상전벽해

`상전벽해(桑田碧海)`

원문 그대로 해석하면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것이다. 예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변화한 것을 일컫는다. 사람들은 구로공단에서 첨단지식 밀집단지로 변모한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보면서 `상전벽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라는 용어보다는 구로공단이라는 표현에 익숙하다. 여공들이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모습, 명절 때 많은 제조업체 직원들이 선물 꾸러미를 바리바리 싸들고 귀성버스를 타던 모습도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억만 갖고 있다면 당신도 과거의 사람일 뿐이다.

구로공단은 정확히 10년전인 2000년부터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공식 명칭을 바꿨다. 제조업 중심의 굴뚝 공장들은 사라지고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입주기업 수는 올 상반기 1만개를 넘어섰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G밸리가 첨단 벤처기업 밀집단지로 변화했다지만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다. 단지를 관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수출의 다리`는 90년대 초 증축 이후 편도 2차선의 초라한 모습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다. 주변 도로사정 등도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외형 성장에 비해 인프라 개선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탓에,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도 단지 내 곳곳에서 교통체증이 나타난다. 이를 개선해야 할 정부와 유관기관들도 과거 구로공단시절의 마인드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에는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될 수 있을지라도 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구로공단이나 지금의 첨단 비즈니스타운으로 변모한 G밸리 모두 국가 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본질은 같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구로지역은 국가 전체 수출의 10%대를 차지하던 곳이었다. 현재 G밸리의 외형은 벤처의 상징으로 불리던 `테헤란 밸리`를 이미 넘어섰다.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기업체 간 협력이 활기를 띤다면 G밸리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벤처의 심장으로 다시 한번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G밸리팀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