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최근 인도네시아 유일의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사를 설립키로 하고 이번주 현지에서 일관제철소 설립준비에 본격 나선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반텐주 칠레곤시에 들어설 이 공장에서는 2013년부터 슬래브 150만t과 후판 150만t 등 연산 300만t 규모의 조강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1단계 공사가 끝나면 추가로 300만t 규모 설비를 더 짓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포스코 전체 생산 능력의 10분의 1 이상을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칠레곤시 제철소는 약 80억달러의 생산유발 효과와 18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그런가 하면 한국타이어는 향후 폭증할 동남아 시장 수요에 대비해 인도네시아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부지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올 초부터 인도네시아에 승합차 H1(스타렉스) 조립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현대자동차도 인도네시아를 `포스트-브릭스(BRICs)` 성장국가로 주목하고 완성차 공장 설립을 저울질하고 있다. 고려제강도 현지 제강 관련 공장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현대하이스코는 올 1월 동남아 6개국을 총괄하는 동남아지사를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옮겼다.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로 속속 눈을 돌리고 있다.
1일 KOTRA와 관련 기업들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향후 전략 진출기지로 낙점하고 투자를 서두르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008년 한국기업의 인도네시아 투자는 3억110만달러(182건)로 투자국가 중 6번째 규모였으나 지난해에는 6억2460만달러(186건)로 투자 규모가 2배 이상 확대되면서 싱가포르, 네덜란드, 일본에 이어 인도네시아의 4번째 투자국가로 떠올랐다.
기업들이 최근 인도네시아를 투자처로 낙점한 이유는 중국 다음으로 두드러진 인도네시아 내수시장 성장력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GDP 등 경제규모 면에서 말레이시아나 태국을 제치고 동남아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 4위의 인구(2억3252만명ㆍ2009년 기준)에다 39세 이하의 젊은 인구 비중이 60%에 달한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향후 10년 내 신흥국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대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현재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이 말레이시아와 태국에 이어 3위 규모에 그치고 있지만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와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곳으로 단연 손꼽힌다"고 분석했다. 실제 폭스바겐 그룹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리고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최근 소요 사태가 없고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G20 국가에 포함되면서 동남아 지역의 중심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정치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포스코 등 철강기업과 자동차 관련 업체뿐만 아니라 유통ㆍ금융 관련 기업들도 인도네시아로 몰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지 유통업체인 마크로 매장 19개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3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키움증권 등 금융회사들도 인도네시아 투자를 결정하고 현지회사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2008년 인도네시아에 5500만달러를 투자해 2만400㏊의 팜농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며 LG상사도 지난해 11월 서부 칼리만탄 스카다우군에 1만6000㏊ 규모의 팜농장을 확보했다. 바이오 에너지 사업 기지로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을 높게 산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투자 지원 정책에 힘입어 중소기업들의 진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5개 정부부처의 투자 승인 관련 권한을 투자조정원으로 일원화했다.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세금 휴무(Tax Holiday)를 도입하고 올해 들어 법인세율을 종전 30%에서 25%로 인하하면서 한국 기업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매일경제 김은정 기자 / 박승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