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력산업계가 스마트그리드로 후끈 달아올랐다.
미국은 설비 노후화에 따른 송배전 설비 현대화와 에너지 효율향상이 주된 관심사고, 유럽은 EU 중심의 국가 간 전력망 연계 및 신재생에너지원의 보급 확대다. 일본은 핵심기술 선점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와 온난화 대응을 위해 스마트그리드를 추진한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의 스마트그리드 핵심기술 확보와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제도·기술·국제협력 등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다양한 센서와 제어장치 등 IT를 전력망에 접목해 전력망의 신뢰성·효율성·안전성 향상을 꾀하고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IT와 전력의 융합은 전력망 지능화에 전환점이 되겠지만 보안문제에 주의하지 않으면 전력망과 연계된 공공·국방·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개방형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고 내외부망 간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보안이 취약하다. 특히 정보노드 추가로 자료 탐색경로가 복잡해지고 잠재적인 취약점도 노출될 수 있다. 또 기존의 전력기반 기술과 장비는 폐쇄망의 단방향 서비스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보안 문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거나 파급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가 사이버보안이다. 한국형 스마트그리드의 사이버보안에서는 세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첫째, 단편적 접근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력산업과 스마트그리드는 매우 방대한 분야다. 법·제도·조직·기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으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뿐만 아니라 전체를 고려해 보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국제표준을 수용하면서도 우리나라 기술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구축돼야 한다. 폐쇄된 망 위주로 운영되던 기존의 전력시스템에서는 보안 문제가 특정 전력사업자나 전력시스템에 국한된 문제로 인식되었다. 폐쇄망의 특성상 외부인의 접근도 어려웠다. 그러나 융합에 따른 수많은 정보노드의 증가로 모든 전력망을 폐쇄망 또는 전용망으로 구축하는 것은 어려우며 부분적으로 공중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전력사업자가 광복합 가공지선(OPGW)과 같은 광통신에 기반한 전국적 통신망을 잘 갖추고 있고, 이를 근간으로 전력선 통신망(PLC) 등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인프라를 잘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자의 편리성과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보안기술의 특성상 보안을 강화하면 전력산업 종사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사용자에게 거부감을 주면 오히려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지연시키고 활성화의 장애물로 작용될 수 있다. 과다한 보안체계 도입과 보안강화는 비용 상승의 요인이 된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 구축 일정과 단계별 수준을 고려한 기술적, 경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스마트그리드 구축과 전력산업 선진화에서 사이버보안은 필수적 요소임과 동시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다.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되는 데 보안이 장애요소가 아니라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하도록 전력전문가와 보안전문가들은 보다 세심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유명준 한전KDN 정보시스템사업처장 yoomj@kd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