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만 잡지를 만들어선 안 됩니다. 이건 일종의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미국에 본사를 둔 남성잡지 MAXIM KOREA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남성 잡지 풀 버전을 통째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화하기는 MAXIM이 처음이다.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참여한 MAXIM 관계자는 “한국 잡지 시장이 오래전부터 침체기라 할 만큼 위축돼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전환은 숙명이다”면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한국인에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핵심으로 자리하는 현 시점에 출판사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것은 ‘의무’에 가까운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잡지 형태도 읽는 습관이 변한 독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 잡지 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끊임없이 축소됐다. 환율 상승에 따라 종이값이 올랐고, 인건비는 떨어지지 않았다. 얇아진 지갑 탓에 소비자들은 문화 소비를 줄였고, 기업들도 광고비를 끊어 잡지 출판사들은 줄도산에 직면했다.
생존한 잡지사들은 승자의 과실을 몇 년간 향유할 수 있었지만, 그나마 한계점에 이르렀다. 새로운 독자 유입은 드물었고, 광고 수입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게 일반화된 것이다. 위기에 처한 잡지 산업의 탈출구는 잡지의 디지털화, 이른바 ‘U- Magazine`이라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 6월에는 한국잡지협회가 U- Magazine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국내 잡지 발행인들이 제주 서귀포 KAL호텔에 모여 세미나를 갖기도 했다.
MAXIM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출시는 한국 잡지의 미래를 보는 가늠자다. 하지만 ‘U-Magazine`이 잡지의 대응전략으로 제시됐음에도 잡지 출판사들은 잡지의 디지털화를 주저해 왔다. 비용 대비 수익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한 보고서는 모호성을 더욱 키웠다. 수천 만 원에 이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비용을 상쇄하는 애플리케이션 판매 수익을 올리는 기업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국 잡지의 위기를 극복할 해결책으로 제시된 ’U-Magazine`이 되레 잡지사의 발목을 잡는 딜레마가 발생한 것이다.
MAXIM KOREA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성공 유무가 한국 잡지의 미래를 가늠할 하나의 기준이 되는 이유다.
무료버전으로 출시된 MAXIM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북 카테고리에서는 확고부동한 1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잡지 MAXIM KOREA의 아이폰 앱 출시가 수익모델로 성공할지 여부는 매우 불확실하다.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 그 첫 번째 이유다. 인터넷 무료 콘텐츠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유료 어플 구매율이 낮은 편이다. 또 유저의 선택을 방해하는 수 십 만개에 달하는 아이폰 엡들도 장벽이다. 그래서 MAXIM KOREA는 한권 당 1.99달러짜리 앱을 출시 후 한 달 동안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설정했다.
다양한 앱 속에서 눈에 띄기 위한 공격적 홍보. 마케팅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위기의 잡지가 딜레마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지, 남성잡지 MAXIM의 앱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